이헌/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한 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기간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천막을 제공한 임종석 서울시 부시장과 청계광장 입구에 장기간 설치된 우파 성향 단체의 천막에 대해 철거에 나서지 않는 종로구청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한다. 좌우 성향을 떠나 시민들에게 평화로운 광장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광장’이란 도시 속의 개방된 장소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말한다. 광장은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공(公共)장소여서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어느 개인이나 단체에 기한 없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줄 수 없고,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방해할 수도 없다.

광화문광장을 1년 가까이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의 행위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의 공공장소 장기 점거 행위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로 보호되는 ‘집회’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집시법상 집회란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장기간 점거와 같은 계속성을 가진다면 이를 집회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장기간 집회는 광장을 이용하려는 일반인이나 주변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고, 다수인에 의한 집단적 행동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질서 유지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인근 상인들의 영업 손실도 초래하는 만큼 그 집회의 자유와 충돌하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함이 그 입법 목적이다.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오로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시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행위는 물론, 공공장소의 장기간 점거에 의한 불법행위 등은 헌법적 보호 범위를 분명히 벗어난다.

이에 대법원은 불법·폭력 시위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해 집회 주최자 및 질서 유지인의 집회 질서 유지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한계 안에서 질서 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집회 주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2009다60022 판결)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1960, 1970년대 과격한 시위를 경험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 적절한 입법 조치로 그 법을 원칙대로 집행함으로써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관련 법안이 2014년 9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집시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동일한 장소에서 일정 기간 계속되는 장기간(기간이 연속하여 30일 이상)의 집회 신고를 제한하고, 현행 집회 금지 장소에 국가 지정 문화재가 있는 장소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집시법의 일부 규정을 개선해 문화재 훼손을 방지하고, 쾌적한 생활 및 통행 환경을 원하는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이다.

이제 ‘알박기’ 어깃장이나 다름없이 정권 타도 투쟁으로 변질된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광장 장기 집회는 멈춰야 할 때가 지났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서울시장은 시민이 이용하는 광장의 관리 주체로서 즉각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 또, 국회가 진정한 국민의 대표라면, 일반 국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장기 집회를 제한하는 입법에 지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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