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 베이징 특파원

일본과 역사 및 영토 문제로 각을 세워 오던 중국이 26일 새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강화와 일본의 군사·안보 정책의 대대적인 조정, ‘해양 영토에 대한 도발’ 등을 중국군의 주요 위협으로 꼽아 강하게 경계했다. 일본을 중국의 주요 안보 위협 세력으로 꼽은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말과 역사의식 강조도 변함이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중·일 관광·문화 교류 추진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을 만나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의 죄를 감추고 역사의 진상을 왜곡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오는 8월 발표할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아베담화)의 역사수정주의 움직임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계를 드러냈다.

외교부 대변인은 물론이고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매번 “올해는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이라는 말을 거의 달고 살다시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TV만 켜면 드라마의 대부분은 당시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항일 전쟁 드라마가 넘쳐나고 있다. 중국 국가기록국은 최근 29건의 문서·문헌을 제4차 중국 기록문헌 유산으로 공포하면서 이 중 중앙기록관 등 9개 기록관이 함께 신청한 ‘위안부-일본군 성노예 문서’를 국가급 기록문헌 유산으로 승격시켰다. 8월 있을 아베 총리의 담화와 9월 3일로 이어질 중국의 대대적인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항일전쟁 드라마가 넘쳐나는 사이 중국 요우커(游客)는 엔저를 타고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올 1∼4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132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폭증했다. 일본산 비데를 싹쓸이해오는가 하면 유기농 쌀까지 싹쓸이해 사들고 들어오는 판이다. 일본 소비재 상품에 대한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역사와 영토는 엄중하지만 민간 교류와 경제의 움직임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에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관계 개선을 꾀하는 ‘투 트랙’ 대일 외교를 펴고 있다.

시 주석이 23일 니카이 회장을 만나 한 말 역시 역사의식을 강조하는 내용은 여전했지만 3000명이나 되는 교류단을 직접 맞고 “중국은 중·일 관계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호의 씨앗을 뿌리고 큰 나무로 키워 중·일 우호의 숲으로 가꿔나가자”고 한 것은 관계 개선의 적극적인 표현이었다.

중국은 자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앞두고 자국에 이어 역내 제2대 경제국인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 군사·국제정치적 측면에서도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과시하고자 하는 또 다른 대형 이벤트인 ‘승전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외교적 방법’으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등을 풀어가려는 의지도 보인다.

한국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도쿄(東京)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만나며 ‘투 트랙’ 외교의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다. “정경분리에 따라 투 트랙 협력으로 가는 첫 출발이라고 해도 좋다”는 최 장관의 말처럼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휩쓸리지 말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지적하고 우리의 입장을 계속 강조하되 필요한 부분의 경제·안보 협력은 확대해 나가는 안정적인 ‘투 트랙’ 외교가 이어지길 바란다.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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