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건 처리를 둘러싼 비효율과 왜곡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익과 백년대계를 앞세운 올바른 합의는 실종되고, 산술적 평균이나 주고받기 식의 야합(野合)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과반 의석을 부여했음에도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그러나 전혀 상관 없는 안건들을 줄줄이 묶어 주요 안건에 끼워넣거나, 야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야당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절차를 저지하는 식으로 발목을 잡는 야당의 행태는 국정 훼방의 수준에 이르렀다. 다수결 자체를 무력화한 ‘국회선진화법’독소 조항도 이런 야당에 악용되고 있다.

5월 임시국회 폐회(28일)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의 움직임은 이런 고질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장관 해임안은 물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까지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여야는 27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 잘못된 연계부터 야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재개정에 법인세 인상까지 전제 조건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6일 법사위원장의 결재 거부로 여야 합의 안건조차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음을 돌아보면 또 그런 일이 있을까 걱정이다.

야당이 문 장관 해임안에 집착하는 것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세대 간 도적질” “은폐 마케팅” 등으로 비판한 데 대한 ‘괘씸죄’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이 해임을 원한다면 장관 해임안을 독자적으로 제출하면 된다. 재적 3분의 1이면 되는 만큼 야당 자력으로도 충분하다. 그 다음에 국민 여론의 심판과 본회의 표결을 하면 될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연계하는 것은 국정 발목잡기일 뿐이다.

국회에는 공무원연금과 무관한, 시급한 안건들이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법사위원장의 결재 거부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 54건을 포함해 100건도 넘는다. 민생 및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 법안도 수두룩하고, 해사안전법 개정안처럼 세월호 참사 후속 법안도 있다. 야당의 무책임은 제1의 혁신 대상이다. 이런 행태를 바꾸지 못한다면 혁신위원회 구성이나 공천·인사·당무 혁신 운운은 국민 눈속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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