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다.”
1986년 그룹 부활의 보컬로 데뷔한 가수 이승철(사진)이 정규 12집을 내며 내뱉는 한마디다. 올해 데뷔 30주년이 됐으니 절로 이런 말이 나올 법하다. 그래서 이번 앨범의 제목 역시 ‘시간 참 빠르다’다. 한 우물만 30주년, 그가 ‘노래하는 장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승철의 노래를 들으며 자라온 세대의 자녀들이 또다시 이승철의 노래를 듣고, 그가 오랜 기간 심사위원을 맡은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 K’의 지원자로 나서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30년이란 시간을 잘 실감하지 못하겠다. 막상 누군가 ‘어떠세요’라고 물어서 생각해보면 감회가 새롭고 만감이 교차한다. 어머니 생각도 나고 먼저 간 (신)해철이도 생각난다. 또 다른 30년이 지난 후에는 내가 80세인데, ‘마이 웨이’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턱시도를 입고 그때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시간이 30년이 지났지만 이승철의 노래에는 시간의 녹이 슬지 않았다. 숱한 일을 겪으며 감성의 폭은 넓어졌고 매일 다듬고 조율한 목소리는 여전히 낭랑하다. 하지만 노래만큼은 항상 소위 말하는 ‘신상(품)’이다. 신인 작곡가를 적극 중용하고 문턱을 낮춘 것이야말로 이승철이 부침 심한 가요계에서 30년을 버틴 힘이다.
2000년대 초반 그는 전해성, 조영수, 이현승 등 신인 작곡가들과 손잡고 ‘긴 하루’(2004년) ‘소리쳐’(2006년) 등을 성공시켰다. 전해성 작곡가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승철의 앨범에 힘을 보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승철은 신사동호랭이와 같은 젊은 감성의 작곡가 외에 신인 김유신 작곡가의 ‘마더’도 수록했다.
“김유신 작곡가는 뉴욕에서 곡을 보내줬고 신사동호랭이는 아직 얼굴 한번 못 봤다. 200곡을 넘게 받았고 1차적으로 50곡을 추린 후 15곡을 녹음했다. 고르고 보니 신인 작곡가들의 노래가 있더라. 선입견은 모두 배제하고 오직 노래의 힘만 보고 선택한 곡들로 이번 앨범을 채웠다.”
이승철은 30년을 노래 부르며 고착된 창법에도 손댔다. 중견 가수가 창법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며 그는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가이드 보컬을 따라부르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의 팬들에게 새로운 ‘듣는 재미’를 주려 했다.
“각 곡을 만든 작곡가들이 원하는 노래 스타일이 있는데 기존 가수들은 모두 ‘자기화’시키곤 한다. 나도 어느샌가 ‘이승철스럽게’ 부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창법을 따라 하려 했다. 완전히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지만 꽤 새로운 느낌의 곡이 나온 것 같다.”
이승철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진행된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무려 1만 명의 시민이 운집해 그의 공연을 지켜봤다. 이곳은 이승철이 꿈꾸던 무대 중 하나였다.
“평화의 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관문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여 년 전 나훈아 선배님이 올림픽 기념 방송을 이곳에서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곳에서 공연해 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그 꿈이 이뤄진 역사적인 날이었다. 함께해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30년을 걸어오며 많은 굴곡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를 지탱한 건 결국 노래였다. 이승철의 가수 인생을 연 ‘희야’를 시작으로 그룹 출신 솔로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깬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와 부활이 다시 뭉쳐 만든 ‘네버엔딩스토리’까지 주옥같은 곡들이 그의 30년을 수놓았다. 하지만 이승철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 말한다.
“30주년을 맞아 신곡을 발표하고 많은 이와 함께 들으며 내 노래와 가수 이승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자 기쁨이다. 30주년을 맞을 거란 기대는 해본 적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한없이 영광스럽다.”
이승철은 6월 5일부터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을 도는 대장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6년간 이끌었던 ‘슈퍼스타 K’ 심사위원 자리까지 반납했다. 그의 평가를 기다리던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아쉽겠지만 ‘가수 이승철’을 기다리는 팬들에겐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일본 입국 거부 사태를 겪었던 그는 이번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일본 공연도 재추진한다.
“내가 (조)용필이 형을 바라봤을 때처럼 가수를 꿈꾸는 이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오랜 기간 ‘슈퍼스타 K’에 출연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가수로서 내 역할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음악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 공연도 계속 추진할 거다. 지금 공연 비자를 신청해놨다. 비자가 나와도 이슈, 안 나와도 이슈일 거다.(웃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사진제공 = 진앤원뮤직웍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