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골프장은 짧으면 절벽으로, 넘치면 산으로 가는 탓에 아주 정교하게 공략해야 하는 홀들이 많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비발디 골프장은 짧으면 절벽으로, 넘치면 산으로 가는 탓에 아주 정교하게 공략해야 하는 홀들이 많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매년 이맘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일기예보(동네예보)를 확인합니다. 장기예보에서 비가 오지 않는다길래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4일 남기고, 행사 당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합니다. 30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만 비가 오고 다시 맑아진다고 합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1년을 준비해온 행사가 비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축제가 자칫 취소되거나 불편해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2000년 첫 그린콘서트를 시작으로 올해로 15년째를 맞았습니다. 단순히 가수들을 초청하고, 노래만 하는 콘서트가 아닙니다.

할머니와 어린아이가 손잡고, 4대가 함께 와 잔디밭에서 맘껏 즐기다가 갈 수 있는 행사입니다. 많은 분이 2000∼3000원 하는 음식을 사드시고 내준 돈을 모아 자선 기부하는 그런 콘서트입니다.

모두 함께 골프장의 자연에서 힐링하는 시간이기에 비가 오면 안 됩니다. 많이 즐거워 해주고 행복해하기에 더 감동적입니다. 행사가 끝난 뒤 손수 만들었노라며 광탄 인근에 사시는 촌노께서 건넨 쑥떡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특히 재능기부로 참여해주는 가수들에게 감사함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비 킴은 지금까지 6회 출연하며 자선을 실천해줬습니다. 걸스데이는 올해로 5번째 출연인데 자선행사의 취지 때문에 한 해도 거르지 않아 이젠 ‘의리 걸스데이’, ‘그린 걸스데이’로 통합니다. 틴탑은 일본에서 내미는 수십만 달러의 출연료를 마다하고 선약한 그린콘서트에 나와 감동을 줬습니다. 방송인 박미선 씨는 올해 방송 스케줄을 펑크까지 내면서 출연을 약속했습니다. 남편 이봉원 씨도 매년 무료로 출연해 부부가 재능기부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수 박학기는 1회부터 15회까지 묵묵히 그린콘서트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젤리피시 대표 김병선 사장, 아이유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남궁찬 이사, 윙크 기획 김태훈 사장도 행사 날 직접 스태프가 돼 가수들을 응대합니다.

이날은 기획사 대표, 임원이 아니라 4만 명의 행복을 위한 일반 지원 스태프가 됩니다.

이외에도 그룹사 전 직원과 골프장 직원들이 밤을 새워 음식을 만들고, 행사를 진행하고, 청소합니다. 그리고 오전 5시부터 영업을 합니다.

이 모든 희생과 참여가 없었다면 그린콘서트는 한류 콘서트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겁니다. 각 나라에서 찾아온 2000명의 한류 팬도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엑설런트”를 외칩니다. 그린콘서트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복하면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올해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콘서트를 통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봅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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