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길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커터기로 골프 볼을 잘라 보여주고 있다.
남상길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에서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커터기로 골프 볼을 잘라 보여주고 있다.
남상길 ㈜골프의 신세계 대표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인원을 무려 21차례나 경험한 억세게 운이 좋은 ‘행운의 골퍼’가 있다. 남상길(49) ㈜골프의 신세계 대표가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인이 21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미국에선 내셔널 홀인원 등록소에 따르면 26차례를 기록한 골퍼가 있다.

흔히 홀인원의 비결로 실력보다는 행운을 꼽지만, 남 대표를 보면 홀인원도 ‘역시’ 실력이 좌우하는 것 같다. 남 대표는 레귤러 티에서 7언더파 65타를, 프로들이 친다는 백 티에서도 4언더파 68타를 남길 만큼 ‘왕싱글’급 골프 기량을 갖췄다. 비거리 역시 드라이버로 280m를, 4번 아이언으로도 210m를 보내는 장타자다. 남 대표의 첫 홀인원은 의외로 늦게 나왔다. 골프를 배운 지 13년이 지난 1996년 경북 구미의 선산골프장 2번 홀(파3·170m)에서 5번 아이언으로 첫 홀인원의 감격을 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첫 행운을 안은 지 3개월 만에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의 홀인원에 얽힌 진기록은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한 달에 2차례 홀인원을 한 적도 있다. 2013년 10월 경북 김천의 한맥골프장에서, 3주 뒤 충북 충주의 중원골프장에서 잇따라 작성했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할 때 머리를 식히려 베네수엘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현지에서 빌린 골프채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홀인원 중 가장 긴 건 200m에서 4번 아이언으로 기록한 것이다. 피칭웨지로만 홀인원을 7차례나 작성했다고 한다. 백 티에서의 홀인원은 4차례, 나머지는 레귤러 티에서 남겼다. 해외에서만 8차례 홀인원의 기쁨을 안았단다. 그의 홀인원을 7차례나 목격한 친구도 있다.

남 대표는 20대 때 무역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중장비를 이용해 터파기 공사를 주로 하는 토목회사도 경영해봤다. 1983년 중학생 시절부터 골프를 배웠기에 구력이 30년이 넘는다. 사업하면서 골프를 열심히 쳤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성공, 골프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골프 볼에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토목공사를 해준 드라이빙 레인지에 다니면서 골프 쪽 사업을 시작했다. 연습장용 골프 볼 납품사업에 손을 댔고, 지금은 새로운 골프 볼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직접 골프 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엔 지인들이나 프로들에게 자신이 제작한 골프공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제트기처럼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는 의미에서 ‘Z1’브랜드를 만들어 새롭게 론칭했고, 6월부터 본격 시판할 예정이다. 그는 골프 볼 공부에 몰두해왔다. ‘골프 볼 커터기’를 구입해 각 브랜드의 볼을 반으로 갈라 내부를 살폈다. 자른 볼을 입에 물어 씹고, 냄새를 맡아봤으며, 탄성도 확인해봤다. 그는 처음에는 라운드할 때마다 볼 한 상자(12개)를 사 남은 볼을 커터기로 잘랐다. 남 대표는 “많을 땐 하루에 수십 개를 잘랐다”면서 “지금까지 반으로 가른 골프 볼이 5만 개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홀인원에 강한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만의 독특한 ‘파3 공략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그동안의 홀인원은 대개 앞 핀일 때가 많았다”면서 “앞 핀이 거리가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린 언듈레이션이 많지 않아 샷만 정확하면 핀을 향해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3홀에서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샷을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바람이 많은 날은 딤플 수가 적고 딤플이 깊은 볼을 사용한단다. 바람이 많이 분다면 탄도를 낮춰야 하기에 352딤플에서 432딤플로 바꿔 친다는 것이다. 골프 볼에서 딤플은 비행기의 날개 역할을 하기에 딤플 수가 많을수록 타구가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남 대표는 핀 위치에 따라 스윙을 달리하는 편이다. 앞 핀이라면 평소보다 높이 띄워 치고, 중간이나 뒤에 꽂혀 있을 경우엔 런까지 계산해 한 클럽 길게 잡고 펀치 샷을 날린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치는 방법도 다르다. 바람이 세게 불수록 헤드를 좀 더 닫고 치는 편이며 아이언은 주로 ‘드로’ 구질을 친다. 페이드보다는 드로 구질이 홀을 스쳐 지나갈 면적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샷 플레이는 5m 정도 더 나간다고 계산하고, 해저드 앞은 열린 공간인 만큼 바람을 감안해 한 클럽 길게 잡는다. 마지막으로 1번 홀에 가기 전 경기과에 가 핀 위치와 야디지를 확인, 사전에 코스공략 방법을 머릿속에 그리는 부지런함도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홀인원을 워낙 자주 하다 보니 ‘불이익’도 받는다. 이젠 보험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홀인원 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자신을 아는 동반자들도 홀인원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다. 그 역시 홀인원 ‘턱’으로 저녁 한 번 사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골프 볼 전문가가 된 남 대표는 “앞으로 골프장을 더 자주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면서 “홀인원을 30번 이상 작성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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