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즐기다 보니 저만의 여행 방식 같은 게 생겼습니다. 줄어든 게 있고, 늘어난 게 있지요. 새로운 곳을 찾을 때의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다 해결 방법이 있더라고요. 반면 설렘과 기대는 늘어났습니다. 행복했던 기억들은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늘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늘어난 게 하나 더 있는데, 약간 의외입니다. 바로 짐. 보통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갈수록 짐을 줄여 나간다고들 하는데, 전 오히려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요.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더 절실한 법입니다. 가져갈지 말지 고민이 될 때, 전 일단 넣습니다. 조금 더 무겁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 물건들이 많아지면 낯선 여행지가 내 일상의 연장처럼 느껴지거든요. 가방 속에는 일상이 가득하지만,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문밖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잖아요. 어떤 기분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가장 많은 건 바로 옷입니다. 멋을 내려는 욕심보다는 가능하면 현지 사람들과 비슷한 차림으로 다녀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들의 생활 방식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어야 진짜 여행이 주는 참재미를 경험해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 목적지의 사람들이 즐겨 입는 옷의 색감이나 소재, 혹은 특정 아이템을 미리 찾아보고, 활용법도 생각해 둡니다. 여행 준비를 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지요.
그동안 우리의 여행 복장을 돌이켜 봅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잠바’. 그리고 많이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강박증처럼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습니다. 그게 유럽이든 동남아의 휴양지든 마찬가지죠. 아, 이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한번 바꿔 보면 어떨까요.
만일 유럽에 간다면 등산복 대신에 부드러운 화이트 셔츠부터 챙기시길 권합니다. 여기에 턱(바지 허리 밴드 아래에 잡는 주름)이 두 개쯤 잡혀 허리부터 허벅지까지는 넉넉하고, 발목으로 내려올수록 통이 좁아지는 멋스러운 팬츠. 그리고 어떤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스웨이드 가죽 밴드의 슬리퍼는 어떨까요. 슬리퍼 대신 컨버스 소재 스니커즈도 편하게 신을 수 있습니다. 등산복보다는 이런 차림이 좀 더 유럽의 일상에 가까운 모습일 테지요.
여행은 세상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안에 깃든 문화를 배우는 겁니다. 기왕 멀리까지 가신다면 수고스럽더라도 옷도 물건도 더 챙기세요. 아침에 커피 한잔을 즐기는 야외 카페에서, 현지 사람들만 다닌다는 식당에서, 그리고 한적한 동네 공원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또 받는. 그런 여유를 누리시길. 여행의 참‘멋’을 위해.
지승렬 < LF 브랜드마케팅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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