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청와대 대정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인 카를로 마키오네 교수로부터 6년간 사사받았다.

‘사열(査閱)하다’는 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 따위를 열병과 분열을 통해 살핀다는 뜻입니다. 즉 사열하는 주체는 사열 받는 대상보다 지휘계통상 윗사람이어야 하지요. 첫째 인용문의 내용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의장대가 인도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훈련 정도나 사기 등을 살핀다는 뜻이 되고 맙니다. ‘받는다’는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주객의 전도가 일어나는 거지요. 그러므로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는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로 고쳐야 합니다.

이처럼 ‘사열하다’ 못지않게 주객이 뒤바뀌기 쉬운 단어로 ‘사사(師事)하다’가 있습니다. 여기서 ‘事’는 ‘섬기다’의 의미로 쓰였는데요. 스승으로 섬기다.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에서 중요한 것은 가르침을 받는다는 의미보다는 누군가를 스승으로 섬긴다는 데 있습니다. 누군가를 스승으로 섬긴다는 말은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니까요. 둘째 인용문처럼 쓰면 마키오네 교수에게 ‘(섬김을) 받았다’는 의미로 주객이 바뀔 수도 있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의미가 중복되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교수로부터 6년간 사사받았다’는 ‘교수를 6년간 사사했다’로 고쳐야 합니다.

대통령의 의장대 사열이나, 어떤 스승을 섬겼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동사를 잘못 활용한 비율이 여전히 높은 걸 알 수 있는데요. 많은 경우 언중이 즐겨 쓰는 쪽으로 의미의 축소나 확장이 일어나긴 하지만 한자어로 된 단어에서는 주객이 뒤바뀌는 쪽으로 의미가 변화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한자 뜻을 새겨 바르게 쓰는 게 최선입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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