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수의 국회의원이 발의해 다수의 의원이 서명한 ‘사회적 경제(經濟) 기본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다. ‘사회적 경제’란 ‘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등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업체를 통해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법안 제3조 제1호). 이 법의 목적은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에 이어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은 2006년 지방자치 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표(票)퓰리즘에서 출발했다. 우리 헌법이 제119조 제1항에서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제2항 등에서 사회국가적 원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법안은 ‘모든 국민은…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한다(법안 제6조 제2항). 여기서 생산과 소비를 윤리적으로(ethical) 한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는 착한 경제라는 인식을,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요한다. 경제 체제는 윤리적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빠르게 통합되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기술 혁신과 능률 향상뿐이다.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는 품질과 가격이 결정하는 것이지, 윤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폐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윤리적 생산이라 하더라도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면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하는 것이지, 윤리적 생산품이라는 이유로 구매를 강요할 수는 없다. 재산권의 자유로운 행사가 보장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사회적 기업은 대폭 확대돼 왔지만,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등 내부적 역량이 부족하며 생산성이 낮아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초기 인건비 지원이 충분해 망할 염려도 없다. 예비 1년차 100%, 예비 2년차 90%, 사업 1년차 80%의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 반면에 인건비 지원이 없으면 기업은 거의 자립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성보다는 일자리 보전이 우선이다. 경쟁할 필요도, 없어질 두려움도 없는 기업을 과연 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가. 사회적 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며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없다.

예산 문제도 난감하다. 해마다 편성되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수천억 원의 예산 외에도, 새 법이 제정되면 지역 사회적 경제 발전위원회 설치 운영, 한국 사회적 경제개발원 설치 운영, 권역별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 지정 운영 등에 필요한 운영비,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 등 천문학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 이들 조직에는 또 어떤 인물들이 근무하게 될 것인가. 올해 공무원 수는 벌써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수많은 종류의 기금이 정부의 출연, 즉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금은 걷히지 않고 근로자 절반이 면세의 황홀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정부의 적자예산도 해마다 커진다. 마침내는 대기업을 상대로 준조세를 갹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인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형이다(사회적기업진흥원 자료). 주식회사의 본질은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하며 ‘주주 가치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 목표와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우선시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의 목표는 전혀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 이 법안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사회적 경제 체제로 강제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며, 매우 위험한 법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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