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엔低 쓰나미’ 일본에 반도체 검사 장비를 수출해 온 중견기업 A사는 요즘 ‘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가만히 앉아 대당 15억 원가량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과거 일본 엔화 가치가 높던 시절 고가의 기계 한 대를 팔면 45억 원가량 매출이 올랐으나 최근 엔저로 매출이 대 당 3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저 쓰나미가 국내 기업들을 휩쓸고 있다. 일본과 직접 무역을 하는 업체들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등 국제 주요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은 어렵사리 그 위협을 견디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미 백척간두의 위험에 처한 곳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중소기업 B사는 연간 약 200만(약 22억1600만 원)∼300만 달러의 수산물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엔저와 일본 현지 수산물 수요 둔화로 신규 주문이 급격히 감소, 하루하루 손익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다.

사측은 엔저 보전을 위해 수출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바이어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본 현지 물건값이 오르면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사측은 현재는 동남아시아 등 신규 거래처 구축을 검토 중이나 이 역시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 C사는 지난해 연간 약 300만 달러의 정유 관련 기계류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 들어 수출국 현지 경기 둔화와 더불어 엔저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수출량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기반으로 수출가격을 인하하고 나서면서 C사의 수출 전망을 갈수록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석유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장만 해도 일본과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공유하고 있을 정도로 양국 간 무역 경합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기술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에 있어 엔저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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