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짬뽕’을 ‘초마면(炒碼麵)’으로 순화해 쓸 것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짬뽕이 일본어에서 왔고, 순화 대상 단어에 들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초마면은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화교들이 개발한 음식인데, 이것이 일본식으로 ‘쨘뽄’(ちゃんぽん)으로 불리다 개항기에 제물포쯤에 오며 ‘짬뽕’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ㅉ’과 ‘ㅃ’이 센소리인 데다 일본어에서 와서 순화 대상으로 분류한 듯하다. 그렇다 해도 중국음식점에 가서 ‘초마면 주세요’ 하면 칼칼한 짬뽕 맛에 어울릴까 하는 당혹감이 든다. 이전에도 흔히 먹는 ‘짜장면’을 오랫동안 ‘자장면’으로 책과 신문에 써왔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입에 달라붙진 못했다. 결국 2011년에 자장면과 짜장면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했다.
말하자면 ‘언중(言衆)’의 감성에 닿아 지지를 얻지 못한 말과 글은 도태된다. 말과 글은 사람들의 시간과 정서가 켜켜이 쌓이며 정착된다. 그 과정에서 언어 정책 기관이 ‘오염됐다’고 재단하거나, 순화의 대상으로 가두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 기관의 오랜 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들의 입을 당하지 못하고 때가 되면 표준어나 외래어 규정을 고치는 경우가 이어졌다.
때아닌 ‘건전가요’의 재등장도 비슷한 당혹감이 들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속어와 은어 등의 사용이 잦은 청소년 언어문화 순화를 목적으로 가요 제작에 나선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이런 기획에 대해 언론이 바로 ‘건전가요’란 용어를 붙이자,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게 곤혹스러운 것 같다. 정책기관이 의도를 갖고 노래를 만들어 전국의 각급 학교에 보급한다면 ‘건전가요’로 불리는 게 맞다. 록밴드 ‘부활’의 김태원 씨가 재능기부를 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달라질 건 없다. ‘건전가요’란 말이 등장하자, 그 시절에 젊은 날을 보낸 독자라면 당시 추억이 떠올랐을 법하다. 카세트테이프나 엘피판을 듣다가 음반의 마지막에 걸려 있던 건전가요가 틀어지면 화들짝 꺼버리곤 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건전가요가 ‘관제가요’란 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준 건 1979년 ‘음반삽입의무제’의 시행부터다. 음반 말미에 건전가요를 한 곡씩 강제로 끼워 넣게 했다. 건전가요는 금지곡 제도와 동전의 양면이다. 그해 바로 ‘사전심의제’도 함께 시행됐다. 문체부의 전신인 문화공보부가 모든 걸 주도했고, 기억도 새록새록 한 ‘공윤’(공연윤리위원회)이 칼자루를 쥐었다. 금지곡을 양산했지만 그중 상당수는 지금도 사랑받는다. 건전가요도 정부가 음반을 따로 만들어 보급할 정도였으나 지금 불리는 곡은 거의 없다.
문체부의 애초 의도는 건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운동은 ‘관(官)’이 주도하면 대개 대중의 정서에 닿지 못하고 ‘웃기는 짬뽕’이 되기 십상이다. 민간에 자연스레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난달 중순 선종한 미국 선교사 반예문(레이먼드 설리번) 신부가 1982년 제정한 ‘가톨릭 가요대상’이 아름다운 노랫말의 가요를 꾸준히 발굴해온 건 배워볼 사례 중 하나일 것 같다.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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