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회의 발언 국회법 개정 국민 아닌
정파적 이익 챙기기 판단

“국회가 정부 시행령 수정
정책 추진 악영향 불보듯
고스란히 국민·경제 피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 국회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가 지난 5월 29일 김성우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검토’ 방침을 밝힌 것의 연장이다.

‘거부권’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박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하게 밝힌 만큼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개정 국회법이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반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 이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이는 국회 스스로 이번 개정 국회법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개정 국회법을 방치할 경우 국정 마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까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과적으로 국정은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하게 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가 서로 존중하고 순환할 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며 “북한이 내부 숙청으로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고 핵 개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으로 긴장이 고조돼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국회법 개정 과정을 되짚어 보며 여야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국회법 법 개정이 국민 이익이 아닌 여야의 정파적 이익 챙기기의 산물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현 정부 초유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정부 이송 전까지 재검토해 달라며 여야에 말미를 준 상태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자신의 법적 권한을 동원해 국회에 맞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개정 국회법을 통과시킨 여당과 야당이 해당 조항에 강제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여야의 입장 통일을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은 국회 차원의 전면 재검토를 다시 한 번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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