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안보회의 무대였던 싱가포르에서 지난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양국 사이에 안보 관련 안건이 많음에도 4년4개월 만에 다자 회의 자리를 활용해 겨우 마련됐다.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로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경색돼 있더라도 안보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의 ‘대북(對北) 집단 자위권 행사’가 애매한 상태로 남겨진 것은 문제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타국 영역 내에서 일본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했지만,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하는 행위도 한국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해선 “추후 협의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에 일본의 대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의 사전 동의는 필수적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다. 둘째, 일본의 대북 공격은 북한의 한국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한국의 안보 문제다. 셋째,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의 불필요한 개입은 통일의 장애 요소가 된다. 특히, 북한을 완충지대로 만들려는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키우는 등 상황을 꼬이게 한다. 청·일 전쟁의 뼈아픈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한·일 양국은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실무 협의를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군의 존재 이유는 대한민국 헌법과 영토를 수호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자위권 행사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과 관련해선 한국의 사전 동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어물어물 넘길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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