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 갖춘 ‘명필름영화학교’ 수업 참관기이준익 감독 · 배우 문소리 등
각 분야 전문가들 객원교수로
2년간 교육 마치면 영화 개봉


“이 영화 예산은 어느 정도입니까?” 강사가 묻자 “저예산 영화이고, 예술영화 쪽으로 치우쳐 있으니 최소 3억 원, 최대 1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연출전공자의 답이 나왔다. 강사가 다시 “3억 원은 화면을 만드는 데 쓸 비용인가요? 아니면 인건비를 예상한 건가요?”라고 질문하자 연출전공자는 “인건비 측면에서 3억 원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기 파주시 문발동 ‘책과 영화의 도시’에 자리 잡은 명필름영화학교(사진) ‘제작연구2’ 수업에서 나온 강사와 학생의 대화 내용이다. 이날 수업에서는 장편 극영화 ‘환절기’의 제작 예산을 짜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벌였다. 이 수업에는 이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연출전공 학생을 포함해 6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정원찬 명필름 제작이사는 예산 책정의 기준을 정하는 방법부터 예산 내용을 투자자에게 설득하는 방법, 제작 분야별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이 영화 제작에 투입될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수업에 열의를 보였다. 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큐멘터리 연출전공자와 촬영전공자는 취재 중이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사운드실에서 영화에 음향을 입히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서정일 명필름영화학교 전임교수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일정을 짜서 움직인다”며 “인문·사회 과목 등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할 수업은 미리 공지하고, 각 영화의 제작연구 수업과 전공 수업은 각자 따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세운 이 학교는 영화 제작 실무 지도와 실제작을 병행하는 국내 유일의 무상 영화 교육기관이다. 이준익·정지영·이용주 감독과 배우 권해효·문소리,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무술감독, 컴퓨터그래픽 업체 대표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객원교수로 참여한다.

‘환절기’ 시나리오 작가와 또 한 편의 극영화 ‘눈발’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다큐멘터리 ‘더 디스코 스타’ 기획자 등 3명이 연출전공으로 입학했고, 제작전공 2명과 촬영·편집·미술·사운드·연기전공 각 1명씩 총 10명이 1기로 선발됐다.

이 학교 1기생들은 지난 2월 2일 입학과 동시에 명필름문화재단과 제작 계약을 맺었다. 학생들은 2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게 된다.

학생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절반은 대학 영화학과 출신이며 나머지는 경영, 정치외교, 신문방송, 동양화 등을 전공했다. 특히 몇 명은 이미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연기전공자 우지현 씨는 “교육과 실무가 꼼꼼하게 병행되다 보니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러다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며 “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며 예산을 짜고, 촬영 일정을 준비하는 과정 등을 세세하게 짚어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극장 상영을 목표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 학교 졸업생들이 현장에 투입돼 한국 영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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