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병원이 관리 부실해”
병실 공조시스템 등 조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2차 감염을 넘어 3차 감염까지 확산한 가운데, 정부가 감염 확산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메르스 감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첫 감염자 발생 이후 초기에 메르스 환자를 격리하지 못한 방역당국에 책임이 있음에도, 고열 환자를 치료한 병원이 확산의 책임을 떠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메르스 첫 번째 감염자가 메르스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원했던 B 병원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B 병원에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자 의료진이나 시설을 통한 감염 등에 무게를 두고 진료 절차·병실 공조시스템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이 중소병원 규모라 감염관리에 충실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방역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최초 감염자를 파악하지 못해 격리하지 않아 확산한 것”이라며 “해당 병원은 메르스가 알려지기도 전에 통상적인 매뉴얼에 따라 고열 환자를 진료한 것뿐인데,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운운하는 것은 보건당국의 책임을 개별 병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병원은 현재 자진 휴원 중인데, 지역사회에서 메르스를 확산시킨 병원으로 인지돼 기피대상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B 병원은 올해 초 설립돼 최신시설을 갖춘 400병상 규모의 중견급 병원인데도 정부가 감염관리의 책임을 떠넘기게 되면, 해당 지역 환자들은 동네 의원은 물론 비슷한 규모의 병원을 믿고 갈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지역 병·의원도 고열 환자들의 진료나 입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불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동네 병원을 믿고 방문할 수 없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며, 해당 지역 이외의 병원에서도 메르스 증세와 유사한 고열의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