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는 시청자들에게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며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인지도가 구축돼 가는 과정인 동시에 편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유재석=바른생활 사나이’ ‘김구라=독설가’라는 대중적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편견을 깨는 인물과 프로그램 설정이 오히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얻으며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가 득세하는 상황을 일거에 정리한 요리 연구가 백종원(왼쪽 사진).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주부’로 활약 중인 그는 기존 요리 프로그램의 문법을 파괴한다. 그동안 건강과 웰빙을 강조하며 바른 먹거리를 외치던 이들과 달리 백종원은 요리의 본질인 ‘맛’에 집중한다.
요리할 때 설탕을 과감히 사용해 ‘슈가보이’란 별명을 얻은 백종원은 “설탕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는 설탕 넣어서 맛있는 게 낫다”고 말한다. 떡볶이를 만들며 설탕을 크게 세 스푼 넣은 후 빙그레 웃으며 “전 한 숟갈 더 넣어요”라며 설탕을 투하(?)할 때 대중은 ‘역시 백종원’이라며 지지한다. 마요네즈를 사용할 때는 “(지방이 적게 들어간) 하프(half) 마요네즈 먹을 거면 뭐하러 마요네즈를 먹냐”고 이야기하며, 먹을 건 다 챙겨 먹고 정작 살찌지 않길 바라는 대중의 이중적 잣대를 꼬집는다.
편견을 걷어냈을 때 얻게 되는 재미를 극대화시킨 프로그램은 MBC ‘일밤-복면가왕’이다. 정체를 숨긴 채 가면을 쓰고 가창력을 뽐내는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돌 가수들이다. 1, 2대 가왕은 걸그룹 에프엑스의 루나(오른쪽)였고 비투비의 육성재, B1A4의 산들, 걸스데이의 소진 등이 출연해 재평가받았다. 그들이 가면을 벗는 순간 판정단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그들의 이름은 여론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중 역시 “이렇게 노래 잘 하는 줄 몰랐다”고 자인한 셈이다. ‘아이돌은 퍼포먼스만 뛰어날 뿐, 노래는 못 한다’는 깊고 강하게 뿌리 박힌 편견의 전복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 역시 이런 의외성에 초점을 맞춰 성공을 거뒀다. 한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이미지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흥우 MBC 예능국장은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명멸하는 상황 속에서 완벽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하지만 기존 아이템도 관점을 살짝 바꿔 편견을 깨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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