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장(長江·일명 양쯔강)강에서 대형 여객선이 침몰해 400명 이상이 행방불명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건조 당시부터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등 과도한 선박 개조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관측과 함께 창장강의 험악한 급류와 관광객 급증 등이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번에 침몰한 중국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에 대해 ‘개조가 중복돼 중심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현지 언론과 선박전문가 등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둥팡즈싱호는 수차례에 걸쳐 객실 증설 등의 개조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바람을 맞게 되는 면적이 넓어진 것 외에도 선박의 중심이 높아져 전복되기 쉬운 구조로 돼 있었다. 특히 둥팡즈싱호는 건조 당시부터 과도한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94년 2월 건조된 이 선박은 길이 76.5m, 폭 11m, 무게 2200t 등의 제원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원래 설계 당시에는 약 60m 길이로 설계됐던 것으로 무려 15m나 길이가 길어진 셈이다. 건조 후에는 상층부 객실 증설뿐만 아니라 방화시설 등이 개조돼 대폭적인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
이에 둥팡즈싱호가 소속된 충징완저우(重慶萬州) 전 간부는 “운항 개시 이후 안전과 관련된 사고는 발생한 적이 없고, 횡풍(橫風)에 대한 대응능력도 국가 설계기준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구조변경에 의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고 현장에서 체포된 둥팡즈싱호 선장과 기관장은 “갑자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언론은 이번 사고에 대해 창장강의 험난한 물살과 급증하는 중국 국내 관광객 숫자, 그리고 방만한 유람선 관리 등 3대 악조건이 이번 사고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싼샤(三峽)댐에 의해 창장강의 흐름이 보다 안정됐지만, 한때는 1년에 평균 57회의 선박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또 NYT는 “최근 중국인 중에 퇴직자가 많아 싼샤댐이 세워진 2002년에만 40여만 명이 창장강을 보트로 여행했다”며 급증하는 창장강 관광객 추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선박에 대한 관리는 부실한 상태다. 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중국 난징(南京)해양국은 창장강 크루즈 선박 가운데 60%의 선박에 안전문제가 있다는 것을 적발한 바 있다. 창장강 크루즈선을 운영하는 해운사들의 열악한 재정 상태가 이 같은 문제점의 배경이 됐다. 창장강 주변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3%의 회사가 선원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준희·오애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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