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체험·휴양마을 등 조성해 농촌 체험형 ‘6차산업’ 완성할 것
낙후지역인 북부의 안동·예천 등 新청사로 ‘황금 허리 경제권’ 전망
국회의원 출마할까 고민도 했지만 ‘고향의 목민관’으로 일생 보낼 것”
김관용 경북지사는 직업이 ‘단체장’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 구미시장에 처음 당선된 후 시장 내리 3선, 2006년 경북도지사로 올라와 내리 3선, 도합 21년째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다. 민선 1∼6기 연속, 국회의원으로 치면 6선 의원인 셈이다. 현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직을 수행 중인 이시종 충북지사와는 행정고시 10회 동기생이지만 나이로는 다섯 살 위 형님이고 전임 의장이기도 하다. 부처님오신날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도지사 접견실에서 만난 김 지사는 이런 선입견 때문인지 여유가 넘쳐 보였다. 인터뷰 기법상 이리저리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대상을 흔들어 솔직한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관록의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모범답안인지, 오래된 소신인지 모를 자신만의 언어를 굳건하게 고수하며 시간을 다 채웠다.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은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새어 나왔다. 낮술을 몇 잔 곁들여 한국식 ‘형, 아우’ 대화를 증폭시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입하자 비로소 그는 조금 무장을 해제하며 간간이 웃음과 함께 사적인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직업이 단체장이다. 평생 지방단체장으로 살았는데 혹시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유혹은 없었나.
“구미시장을 할 때 당시 이시종 충주시장이 같이 여의도로 가자고 했는데 나는 그대로 현장에 남았다. 내가 1998년도 구미시장 재선 때 무투표 당선됐다. 나가면 무조건 됐다. 당시 상당히 고민을 했다. 하지만 고향에서 목민관으로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쭉 6선을 달려온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자치현장에서 일생을 보낸 것이다.”
―일 이야기를 해보자.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대구와 경북에서 제7차 세계물포럼이 열렸다. 20세기는 ‘석유의 시대’,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해서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전략적 뒷받침이 미진하고,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형성이 안 돼 있는데 지사님이 혜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저도 물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만 하고 있었다. 3년마다 열리는 이 포럼의 지난번 개최지인 프랑스 마르세유를 방문했을 때 세계적인 물 전문가들이 운집해 있었고 규모도 엄청났다. 이때 공식적으로 물 산업을 접촉하고 교육도 많이 받았다. 경북도는 낙동강 준설과 동해안 해양 심층수 개발 등으로 개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막상 개최해보니 국격과 경북도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졌다. 실제 물 산업은 생수와 염(鹽)지하수 등을 생각하지만, 오수를 맑은 물로 바꾸는 수(水)처리 분야 등 투자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물 산업은 경북도가 2005년부터 추진 중인 새마을운동 세계화와 연관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수리(水理) 개발과 질병 예방의 도움을 줄 수 있다. 코오롱, 두산,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전국의 관련 기관과 기업이 합심해 확산시키면 엄청난 도움이 된다. 물은 돈이 되는 산업이다.”
―지난해 말 구미와 포항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을 할 때 대통령을 만났을 텐데, 창조경제에는 동의하시나.
“풀 한 포기가 약이 되는 게 창조다. 혁신센터는 산업과 문화, 농촌이 융합돼 있다. 특히 문화와 농촌 융합은 경북도가 처음 주장한 것인데, 농촌인 안동에 종갓집이 많다. 종가 종부·종손의 삶과 술, 제사 문화 등을 삼성의 신라호텔과 연계해 브랜드화시켜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창조농업의 전진기지로 포항 상옥마을을 소개했었는데.
“경북의 사과 생산량은 전국 1위(63.6%)다. 상옥마을은 경북의 특산물을 이용해 창조농업 구현 전진기지를 구축하는데 적합한 곳이다. 1차 산업으로 특화된 사과를 생산하고, 2차 산업으로 사과 스낵·와인을 출시하는 한편, 3차 산업으로 농산물 체험 및 관광 휴양마을을 조성해 농업 6차 산업을 완성하는 개념이다. 이미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상주시 낙동면 승곡 체험마을은 농촌 체험형 6차 산업으로 지난 2013년 기준 1억2000만 원의 농외 소득을 올렸다. 또 이 마을에는 11가구가 귀농해 새로운 활력도 불어넣고 있다. 군위군 소보면 신계리는 옥수수 가공형 6차 산업으로 108개 농가에서 지난 2013년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경북도청 신청사가 오지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안동과 예천의 접경으로 가는 이유는 뭔가. 건물은 5월에 다 지었다던데, 언제 이사하나.
“신청사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의 유교 전통을 콘셉트로 잡고 기와로 지었다. 입주도 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이 방문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국비 1789억 원, 도비 2086억 원 등 모두 3875억 원을 들였다. 부지 24만㎡에 연면적 14만㎡, 지하 1층과 지상 7층 규모다. 도청 이전을 결정하는 데 27년 걸렸다. 주변에서 도청을 이전하면 지역 간 경쟁으로 지방선거에서 낙마한다고들 충고했지만 공약으로 추진해 2008년 확정했다. 당시 안동·예천, 구미, 포항, 영천 등 11곳을 대상으로 본적이 대구·경북이 아닌 사람 60명을 선정, 버스를 이용해 돌아다니면서 현지 조사한 결과 현재 이전대상지가 됐다. 전국 10승지(勝地) 중 한 곳으로 ‘평화의 산’으로 불리는 검무산이 뒤로 우뚝 서 있어 이곳이 선택된 것 같다. 안동·예천이 있는 경북 북부는 낙후지역인데, 도청이 들어서면 포항·구미에 이어 산업 축이 하나 더 생긴다. 여기서는 서울 1시간 50분, 대구 1시간 15분이 걸려 나중에는 ‘황금 허리 경제권’이 될 것이다.”
―요즘 청사는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되는 예가 많다.
“2014년이 ‘경상도’라는 명칭이 생긴 지 700년이 되는 해였다. 이때 도청을 옮기려다 공사 연장으로 하지 못했다. 행정복합타운에는 기와집 일반주택을 700채 정도 지어 문화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옛 서울 장안의 시전(市廛)처럼 엿장수도 있고 사주보는 사람도 있고…전통문화를 재현한다. 이것이 문화의 핵으로 등장할 것이다. 나 같이 바보 단체장이나 할 수 있는 짓이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경북도는 원자력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건설과 원자력클러스터 조성은 별개다.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절반 정도인 11기가 있다. 원전을 옮길 수 없다면 이를 산업화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원자력 인력 양성과 연구 기능을 수행할 기관, 원전기술 수출 단지 등 산업생산시설을 들여오는 것이다. 13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경북도의 미래 30년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업이다. 이와 별도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하려는 원전해체연구센터 역시 경북도로 와야 한다. 2050년까지 세계 원전해체시장은 430여 기, 1000조 원 규모로 엄청나다. 원전이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원전이 즐비한 경북도에 오는 게 당연하다.”
―오는 8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 계획은.
“실크로드 선상의 20여 개 국가를 포함해 모두 40여 개 국가가 참여해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선보이는 행사다. 이 행사는 동·서양 문화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59일 동안 열리며 실크로드 문화와 연계해 4개 분야에서 25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참가국가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실크로드 그랜드 바자르(시장)’를 설치해 각 국가의 수공예품, 차, 음식 등을 즐기도록 하겠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석굴암 체험, 실크로드 판타지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생각이다.”
―오는 10월 문경과 영천 등 경북도 내 8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란 무엇인가.
“이 대회는 군인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스포츠를 통해 우의를 다지는 행사로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됐다. 4년마다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110여 개 국가에서 870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다. 특히 북한이 선수와 임원 213명을 파견키로 해 세계 이목이 집중될 걸로 본다. 국방부와 협의해 경호와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해 군인체육대회의 새 지평을 열도록 하겠다.”
인터뷰 = 노성열 전국부장 nosr@munhwa.com
정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