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금강모치마을
지난 5월 9일 충북 영동군 학산면 금강모치마을을 찾은 보이스카우트 대원과 가족들이 인근 비봉산에 올라 머위 잎을 채취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충북 영동군 학산면 금강모치마을을 찾은 보이스카우트 대원과 가족들이 인근 비봉산에 올라 머위 잎을 채취하고 있다.

체험꾼 150명 돼지감자 캐기… 30분 호미질에 봉지 ‘한가득’

각종나물 따고 재밌는 떡메치기… 어린 농부들 ‘행복한 농촌일기’


조용한 산골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고였다. 지난 5월 9일 충북 영동군 학산면 금강모치마을은 서울에서 온 150여 명의 농촌 체험꾼들로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이날 체험자의 대부분은 베레모와 깔끔하고 단정하게 다려입은 단복 차림의 보이스카우트 대원들이었지만 대원들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합세했다. 농촌 체험 행사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시골로 떠나는 기차를 타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역 맞이방에 모인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기에 바빴다. 영동행 열차 안은 마치 수학여행 열차를 연상시켰다. 서로 마주 보고 둘러 앉아 게임도 하고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눠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 보였다.

2시간 30분을 달려 영동역에 도착했다. 버스 4대에 나눠탄 이날 체험꾼들은 비단강숲마을과 금강모치마을 두 곳으로 나눠 향했다.

금강모치마을은 크고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싼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었다. 말 갈기를 닮은 갈기산이 정면에, 뒤편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모양의 비봉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요즘 시골에서도 좀체 볼 수 없는 흙벽을 높이 쌓아올려 만든 ‘담배 건조실’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종배(61) 마을 영농법인 사무장의 마을 소개가 있은 뒤 체험꾼들은 이날 첫 체험 행사장인 돼지감자 밭으로 향했다. 화장실 사용을 묻는 한 개구쟁이의 질문에 김 사무장이 “산으로 들로 가면 남자들은 화장실이 따로 필요없다”고 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돼지감자는 감자보다 더 깊이 묻혀 있어 호미질을 깊게 해야 돼요. 다치지 않도록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영동 금강모치마을 영농조합법인의 한영기(59) 위원장의 당부가 있었다. 김 사무장이 돼지감자 하나를 호미로 캐 들어 보이면서 “이상하게 생겼죠. 그래서 뚱딴지라고도 해요. 당뇨에도 아주 좋다고 해요. 효소를 넣고 담가 썰고 볶아서 음료로도 먹어요”라고 말했다.

돼지감자가 이렇게 훌륭한 효능을 지닌 건강식품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는 듯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산자락 바로 밑에 약 330㎡(100여 평) 돼지감자 밭에서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다.

김 사무장의 “캔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봉지 하나씩 손에 든 아이들의 경쟁심이 발동했다.

“깊이 파야 돼. 아빠, 이거 맞아?” “응, 그거야.”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연신 호미질을 해댔다. 이따금 땅 속에서 나오는 벌레를 보고 깜짝 놀라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큰 돼지감자를 캘 때마다 높이 치켜들어 보이며 “크죠”라고 자랑을 했다. ‘우아’ 하는 탄성도 터져 나왔다.

“아니 대장님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해도 되겠어요. 너무 잘 하세요.”

서울 보이스카우트 연맹 산하 404 지역 대장으로 이번에 무려 24명을 이끌고 온 조남열(41) 대장은 구슬땀을 흘렸다. 호미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트랙터만큼 깊이 파지는 못해도 농촌 출신다운 솜씨를 뽐냈다.

조 대장의 아들인 민태(10) 군도 아버지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호미질을 했다. 30분간 정신없이 호미질을 하자 아이들과 어른들이 들고 온 봉지는 돼지감자로 가득 찼다.

금방 배가 고파졌다.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즐거운 ‘시골 밥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큰 쟁반 하나에 이 마을 산에서 나온 고사리나물, 상추 등 쌈 채소, 인근 금강에서 잡은 올갱이를 넣어 끓인 올갱이국 등 메뉴가 푸짐했다. 모두들 게 눈 감추듯 먹었다.

금강모치마을의 ‘셰프’인 할머니들의 손맛이 우러나서인지 아이들도 음식을 남김없이 모두 비웠다. 평소 도회지에서 먹던 음식과는 다른 모처럼의 시골밥상이 모치마을 맑은 공기와 섞여 더 맛깔나게 느껴졌다.

식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비봉산에서 머위 잎을 채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뒷산을 줄지어 오르기를 10분. 머위는 산 중턱 평지에 호박잎처럼 잎을 활짝 벌리고 이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으로 따지 않고 가위로 대 밑동을 잘라서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서울 출신인데도 주말 농장을 20년 이상 운영해 왔다는 최용화(45) 씨는 시골 사람이나 다름없는 ‘나물 도사’였다. 산길 옆에 있는 각종 산나물들을 다 알아맞히고 채취했다. 대와 잎을 가위로 잘라 정리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머위 잎은 쌉쌀한 맛이 나는데 아이들의 해소·천식에 좋고 항암 효능도 있어 거의 ‘만병 통치약’ 수준이란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시식해 보는 어른들도 있었다. 머위 줄기는 들깨를 넣어 삶아 먹으면 제맛이 난다고 한다. 비닐봉지 한가득 머위 잎을 채취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을로 내려왔다.

아들 두 명을 데리고 온 주부 박경은 씨는 “평소에도 나물 종류의 반찬을 잘 해먹는데, 머위 잎으로 요리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웰빙식단을 꾸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박 씨의 아들 신동신(12) 군과 동현(9) 군이 “공짜니까 많이 가져가자”고 욕심을 부리자, 박 씨가 “이거 공짜는 아니야”라고 말해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산처럼 손에 들고 햇빛을 가리는 장난꾸러기 친구들도 있었다.

마을회관에서는 할머니들의 시범으로 찹쌀떡 만들기가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떡을 한 개씩 집어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어 마당으로 이동해 떡메치기를 하는 등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금강모치마을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영동=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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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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