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상관없이 票만 챙겨
정부정책 상충·재정부담 가중
행정입법 수정 요구권 더하면
지원 강요 등 부작용 커질 것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이 대폭 강화된 국회법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심한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입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입법의 필요성이나 국정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자신의 지역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되는 법안들을 발의하는 행태가 난무한 상황에서 행정입법 통제권이라는 ‘무기’가 더해질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법률에 각종 사업과 지역에 대한 임의적인 지원 근거 등을 마련한 뒤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정부에 이에 대한 지원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수정 요구권을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안 중 상당수는 지역구의 이익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 법안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지역 포퓰리즘 입법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국정책금융공사법’은 박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으로 한국정책금융공사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같은 당 김한표 의원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조선사들이 밀집해 있는 경남 거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 시설 해체 산업 진흥법’은 원자력 시설 해체 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 의원의 지역구에는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가 위치하고 있으며, 원자력 시설 해체 산업은 1000조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표적 신성장 산업이다.
새누리당이 영남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을 주로 발의한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연스레 호남 지역에 집중했다.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영산강 2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에 따른 피해어업인 구제에 관한 특별법’은 황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장흥·강진·영암을 염두에 둔 법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부처는 이미 해당 사업에 대한 보상 사업은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전북 전주 덕진이 지역구인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탄소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정부에서는 특정 지역 지원을 목적으로 한 법안으로 보고 있다. 인천 남동갑이 지역구인 박남춘 새정치연합 의원은 ‘중국어선 등 외국어선의 서해5도 주변 수역 조업에 따른 서해안 지역 어업인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이 역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고통받는 지역을 감안한 법안이지만, 정부에서는 예산 확대가 없을 경우 다른 지역 어업인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법이 지역구 챙기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개정 국회법도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일단 법률안 개정을 통해 각종 사업과 지역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정부에 법률안대로 지원을 강요할 가능성이 많다”고 토로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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