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업 위한 정당방위…” 택시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만취한 여성 승객을 끌어내리다 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운전기사는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4년 4월 택시 기사인 조모(55) 씨는 여느 때처럼 새벽에 손님을 태우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도착했다. 하지만 탈 때부터 만취 상태였던 여성 승객(28)은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거스름돈을 문제로 시비를 걸었다. 여성 승객에게 손만 대도 성추행으로 고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조 씨는 거스름돈도 승객이 원하는 대로 주며 하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승객은 막무가내로 버텼고, 조 씨는 결국 여성을 잡아 택시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승객은 계속 시비를 걸며 운전석을 ‘점거’하기도 했다.

거세게 저항하던 이 여성승객은 조 씨의 신고로 경찰서에 도착하자 태도를 바꿨다. 조 씨가 자신을 밀어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어깨가 크게 다쳤으며, 가슴도 만졌다고 주장했다. 강제추행은 CCTV 판독 결과 무혐의로 처리됐지만, 결국 조 씨는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승객이 제시한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 등을 토대로 조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 씨의 항소로 열린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부장 황현찬)는 “상해 진단서는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해 작성된 것으로서, 실제로 상해를 입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 해도 조 씨의 행위는 택시 영업을 방해하는 승객을 택시에서 내리게 하고 피하기 위한 것이기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경찰이 공무 집행을 하다 상해를 입힌 경우 사회적 통념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처럼, 택시 기사의 폭행 및 상해 혐의에 대해서도 정당방위를 적용한 드문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