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비음이 섞인 목소리도 자극적이다. 서동수도 따라 웃으며 앞쪽 자리에 앉았다. 아베와의 ‘대마도 전쟁’ 때문에 한 달이 넘도록 만나지 못했다. 그동안 이하영은 김동일이 투자한 조선자동차, 조선항공의 인력공급업체로 선정되었다. 수천 명의 행정직, 기술직 경력 사원이 필요한 터라 한 달도 안 되어서 22억5000만 원을 벌었으니 취업자로부터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챙길 것은 분명했다. 이하영은 조선자동차, 조선항공과는 계약서상의 수수료도 수십억 원을 받게 돼 있다. 신의주의 유흥구에 위치한 ‘서울식당’의 방 안이다. 주문한 한정식 요리가 놓였고 식사를 하는 동안 이하영이 밝은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인력공급의 어려운 점, 외국에서 우수 기술인력을 빼 올 때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펼쳐졌다. 식사와 함께 소주를 마셨는데 소주병이 두 병째 비워졌을 때 이하영이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곧 동성으로 복귀하신다면서요?”
“아, 그래요.”
소주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이하영을 보았다.
“조선자동차와 조선항공 경영까지 맡게 될 테니 지금보다 더 바쁘겠지.”
“장관직에 계시면서도 경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장관 하면서 동성 성장률이 낮아졌어요.”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동성이 제2의 도약을 해야 살아남게 될 거요.”
“제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장관님.”
이하영의 시선이 은근해졌다. 진홍빛 루주를 바른 입술이 조금 벌어져 있는 것이 색정적이다. 오늘 만남은 어젯밤에 서동수가 만나자고 연락을 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오늘 오전에 신의주에 와 있던 이하영의 정부(情夫) 김창무가 돌아갔다. 대준상사 전무 김창무가 신의주에 머무는 사흘 동안 매일 밤 이하영의 방에서 잤다. 이하영과 같은 호텔에 묵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길게 숨을 뱉은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김창무란 사람 알아요? 대준상사 전무라고 하던데.”
그 순간 이하영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눈동자의 초점이 멀어졌고 입을 벌렸지만 말은 뱉어지지 않는다. 순발력이 뛰어나더라도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오전에 공항에서 체포되었는데 이하영 씨하고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군.”
“…….”
“이하영 씨가 인력을 공급하면서 취업자들로부터 취업비 명목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 사정 당국에 적발된 거요. 이건 북한으로 송환될 사안인 것 같은데.”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만나자고 한 건 이것 때문이요.”
잔을 든 서동수가 한 모금에 술을 삼키고는 외면했다.
“북한 당국은 그런 부정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두 분을 고사총으로 처형할 것 같은데.”
말을 멈춘 서동수가 벽시계를 보았다. 오후 8시 반이 되어가고 있다. 그때 문득 포장마차가 떠올랐다. 최정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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