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주연 진구

“정치적 논란 소지 아쉬움
27명 장병들만 생각해주길”


“고 한상국 하사와 제가 일치하는 점이 많아요. 유가족들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그리려 노력했어요.”

배우 진구(사진)는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희생당한 참수리 고속정 357호 장병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조타장 한상국 하사 역을 맡았다. 이 전투에서 한 하사를 비롯해 고속정 정장 윤영하 대위, 병기사 조천형·황도현 하사, 내연사 서후원 하사, 의무병 박동혁 상병 등 6명이 전사했으며 18명이 부상했다. 특히 한 하사는 배가 침몰하며 실종됐다가 수십일 후 조타실에서 방향타를 움켜쥔 채 발견됐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7년 만에 완성됐다. 제작비가 바닥나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 중간에 배급사가 바뀌기도 했다. 윤 대위 역은 김무열이 맡았으며 이현우가 박 상병을 연기했다.

해군 헌병 출신인 진구는 한 하사와 자신의 닮은 점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또 이 영화와 자신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한 하사는 관계가 불편한 동료들 사이를 풀어주고, 후배들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사람이에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점이 저와 같아요. 저의 모습을 그분께 투영했어요. 한 하사의 부모님이 ‘내 자식, 참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멋있고 성실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를 썼어요. 영화에 한 하사 부인이 전투가 시작되기 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도 이 영화 촬영 중에 결혼했고, 아내가 바로 임신을 했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전하는 부분은 오른손이 떨리는 증상이 있던 한 하사가 배를 남쪽으로 틀어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방향타에 손을 묶은 채 죽어가는 장면이다. 진구는 이 장면과 관련 대사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

“2년 전쯤 처음 이 영화의 대본을 받았는데 그때는 내용이 산만하고, 전투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에 새로 받은 대본은 감동적이더라고요. 특히 방향타에 손이 묶인 채 조타실에 있던 한 하사의 시신이 인양될 때 잠수부가 ‘상국아, 집에 가자’라고 말하는 대사를 보고 마음을 정했어요. 근데 아쉽게도 이 대사는 영화에서 빠졌어요.”

한·일 월드컵 장면과 군인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당시 정부에서 펼친 ‘햇볕정책’ 때문에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부각한다. 또 군 상부에서 북한과의 충돌을 미리 알고도 일선에 알리지 않았고, 희생자들의 장례식 때 대통령은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 일본에 갔다는 것을 뉴스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등 정치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진구는 대본에는 없던 장면들이 삽입된 것에 대해 “황당하다”고 밝히면서도 “영화적으로만 평가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본에는 장례식장 장면이 없었어요. 뉴스화면을 삽입한 것도 나중에 알았고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화가 잘 나와서 불만은 없어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 배에 타고 있던 27명의 장병들만 생각하길 바라요.”

12년 차 배우인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뭔가 흐름을 탔다는 확신이 들어요. 연기자의 삶을 즐길 여유도 생겼고요. 전에는 깡패나 양아치, 형사 등 독하고 센 역을 주로 하다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착해지고 있어요. 맡는 직업도 다양해졌고요. 멋있는 군인 역할까지 했으니 더 바라는 건 없어요. 이젠 연기를 오래 하는 게 목표예요(웃음).”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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