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연비·高품질 자동차로 ‘저가공세’ 일본車와 대결 ‘엔저’(엔화 가치 하락)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극복 전략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시설 투자 등에서 중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 얼마든지 엔저 현상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엔저에도 불구, 기술 및 시설 경쟁력 확보와 경영 합리화,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가 적잖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는 엔저 현상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처음 대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1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 끝에 200억 원대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엔화 약세로 가격 면에서 일본 제품의 도전을 받았으나 오랜 기간 기술력을 축적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이미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으로 일본 기업들을 따돌린 지 오래다. 또 노트북 PC 시장에서 요즘 ‘대세’로 자리잡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을 압도하고 있다.

노트북 PC에 주로 쓰이는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한 저장장치로, 읽고 쓰는 속도가 4배 이상 빠르고 부팅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정부에서도 차세대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자동차와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레저용 차량(RV)과 대형차 등 고부가가치·고수익 모델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 루블화의 폭락 등으로 비상이 걸린 현대기아차는 연비효율이 높고 경제성이 우수한 자동차로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차와 대결을 펼칠 각오다.

엔화 약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풀무원은 일본 두부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6월 일본 식품업체를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엔화 약세를 M&A에 활용한 좋은 예다.

또 일본산 자본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엔화 약세를 이용해 시설 투자를 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엔저 현상을 수동적으로 바라볼 것만이 아니라 기술력 확보, 시설 투자 등의 다양한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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