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한다고 두 회사의 이사회가 최근 결의했다. 이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을 차례다. 그런데 삼성물산 주식의 7.12%를 가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헐값으로 합병하려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태를 이해하려면 합병을 왜 하려고 하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네 가지인 것 같다.

첫째, 순환출자의 고리를 줄이기 위함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은 30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서 유지돼 왔다. 그것이 시민단체들의 비판 대상이 돼 왔고 신규 순환출자의 경우는 법적으로도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또 앞으로 이뤄질 신규 투자들을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계열사 매각, 지분 정리 등을 통해 그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이번의 합병 시도는 그 결정판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계열사 간의 거래는 의심과 규제의 대상이 돼 왔다. 정당한 거래조차도 그렇게 취급돼 왔다. 합병을 통해 하나의 법인 속에 사업부 형태로 합치게 되면 그런 오해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가능성은 계열사별 지분율 차이 때문에 생기는 만큼 합병시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사익 추구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셋째,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상속을 확고히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4.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지 않는다고 해도 당분간은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넷째, 두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로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보도 자료를 보면, 2014년에 34조 원인 매출액이 합병시 2020년까지 60조 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에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 대 0.35’인데 삼성물산의 몫이 0.35보다 더 커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비율에 불법은 없다. 법이 정한 방식대로 계산된 값이다. 그러나 엘리엇을 포함한 삼성물산의 주주(株主)들이 그 합병 여부와 비율에 대해 찬성과 반대 표시를 하는 것 역시 합법적 권리다.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공고히하기 위함일 뿐 소액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주주들도 있다. 그들의 반대 역시 합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편을 설득할 책임은 합병을 추진하는 측에 있다. 이번 합병이 정말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고, 두 회사의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반대 주주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매출액 34조 원이 2020년까지 60조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 자료 내용은 너무 짧고 추상적이다. 구체적이고 타당한 근거 자료가 제시돼야 반대자들이 납득할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상속이 원활히 이뤄지길 바란다. 모든 과정은 합법적이어야 하고, 반대자들의 반대도 합법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합병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소액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소액주주들도 만족하는 경영권 이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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