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즐겨 먹는 일부 채소나 어류 값이 급등하면 이름 앞에 ‘금(金)’자가 따라붙는다. 금추(배추), 금파(양파), 금치(갈치), 금태(명태) 등이 그 예다. 요즘 삼겹살도 그런 경우다. 잦은 구제역 발생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린다. 6월 초 냉장 삼겹살 값이 ㎏당 1만9000원을 넘어 2만 원대를 넘보고 있다. 올 초에 비해 두 배 가까이나 폭등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돌발 변수에도 고공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삼겹살 편애는 유별나다. 지난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22.2㎏)의 절반 이상이 삼겹살이다. 수입 물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돼지고기 27만3888t 중 절반이 넘는 14만1951t이 삼겹살이다. 하지만 미국·유럽은 물론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한 중국에서조차 삼겹살은 기름이 많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다. 전 세계 삼겹살을 한국인이 다 먹어 치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삼겹살의 우리나라 대중화 역사는 의외로 짧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볼 때 삼겹살이 유행한 시점은 1980년 초로 추정된다. 그때 이후 유독 돼지고기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로스구이용’ 부위를 상품화한 업자들의 상술과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등장이 일등공신이다. 삼겹살 붐의 정점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부터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삼겹살 전문점을 열면서 삼겹살 ‘열풍’을 주도했다. 삼겹살이란 단어도 1994년에야 국어사전에 공식 등재됐다.
삼겹살 가격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110㎏짜리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면 22가지 부위가 나온다. 이 중 삼겹살은 8.5㎏ 정도다. 반면 지방이 적고 영양도 많지만 비인기 부위인 다리 살과 등심, 안심 등은 40㎏에 달한다. ‘국민 고기’ 삼겹살은 늘 공급 부족인데 ‘기타 부위’는 냉동창고에 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재고 우려가 높은 부위의 손실을 보전하려 삼겹살 값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 받는 게 업계의 관행처럼 돼 있다. 국내 양돈농가 입장에선 삼겹살이 비싼 가격에 팔려 당장은 좋겠지만 언젠가 터무니없는 가격이 ‘국민 외면’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또 지나친 가격 상승은 수입산 대체 소비를 키우면서 양돈 농가에 외려 독이 된다. 이래도 삼겹살만 편식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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