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문화일보는 ‘벼랑 끝 수출한국’ 상황을 진단하고, 수출 회복을 위한 장·단기 과제를 짚어 보기 위해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특별좌담에는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장, 윤갑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산업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수출 현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극수 = 수출 실적 부진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제 유가 하락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했다. 석유화학 및 원유 관련 업종이 수출의 18%를 차지하는데 유가가 50% 떨어질 경우 제품은 7∼8%의 가격하락 효과가 나타난다. 1∼5월을 볼 때 다른 업종은 지난해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측면에서 미국, 중국 등에 밀리지 않는다. 절대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대비를 잘해 필요 이상의 불안 심리가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
△ 주원 = 중국이 2000년 대 초반 세계무역기구(WTO)에 들어오면서 아시아 쪽 국제분업구조가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상품이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나가는 방식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분업구조가 약화됐다. 중국이 가공무역 비중을 낮추고 부품 등의 국산화를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인데 이건 중·장기적인 요인이다.
△윤갑석 = 수출이 부진한 원인을 살펴보니 대외적인 요인이 3분의 2, 대내적인 요인이 3분의 1 정도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가 하락 영향이 가장 크다. 그리고 올 들어 교역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도 주요 원인이 된다. 국내적으로 볼 때,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가전, 휴대전화, 자동차 등 주요 부문의 생산공장이 해외로 많이 이전했다. 그러니 우리 기업이 핵심 제품을 만들어도 국내에서 나가는 물량이 적어 수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수출 구조가 세계 시장 변화를 무시하고 타성에 젖었다는 지적이 있다.
△ 윤갑석 = 우리 수출 구조를 상품, 시장 구조에서 살펴볼 때 2000년 이후로 13대 수출 품목에 큰 변화가 없다. 이 품목들이 성장하며 우리 수출에 상당한 공헌을 했지만,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개발을 정부가 지원하면 우리도 새로운 주력품목을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SSD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70%에 이른다.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면 조기에 주력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대외적으로 볼 때 과거에는 기업들이 중국으로 많이 갔는데, 지금은 베트남으로 많이 간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와 대베트남 투자를 볼 때 중국은 줄어드는데 베트남은 계속 늘어난다. 수출도 급격히 늘어나 1분기에는 베트남이 우리의 세 번째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시장 구조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김극수 = 분명한 것은 중국이 가공무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간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무역 구조에 맞춰 나가야 한다. 중국에서 강조하는 완성소비재 분야에 수출을 늘려야 한다. 전반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중간재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만 늘어난다는 건 추세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소비 시장을 분석해 보면 아시아 쪽은 줄고, 유럽 쪽 제품에 대한 소비는 늘고 있다. 우리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고, 기술개발을 통해 한류가 결합한 상품을 내놔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수출이 올해 상반기에 50% 늘어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또 인도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베트남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또 하나의 신시장으로 인도도 눈여겨봐야 한다. 인도는 ‘힌두 성장률’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과거에 저성장의 대명사였다. 그런 인도가 경제성장률이 올해 7.5%로 예상돼 중국을 앞선다. 인도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디아(Make India)’를 내세우며 제조업 국민총생산(GDP) 25%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오래전부터 발달해 리스크가 크지 않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데가 아니다. 다른 곳은 2∼3년이지만 여기는 5∼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다자 간 무역협정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 김극수 = 다자 간 협정은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참여국이 많을수록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 원활화 협정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그 규모에 못 미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이 있는 것은 통합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12개국이 같은 원산지를 활용하게 되면 효용성이 상당히 커진다.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지 협상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누적 원산지 규정으로, 협정 국가 간 상품을 역내산으로 인정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가 TPP 역내 국가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상품의 공급망)을 활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TPP는 미국 하원에서 무역촉진권한(TPA) 통과가 예상돼 연내 타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참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 주원 = TPP의 경우 생각이 좀 다르다. 순수하게 경제에 관련된 협정은 아니고, 이는 미국 중심의 경제적 영향력 내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배제된다는 의미다. 이게 단순히 경제 시각으로 바라볼 수만 없다는 점이 있다. 두 번째는 TPP 가입 시 우리가 일본과 FTA를 맺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는 FTA를 통해 더 흑자가 나고, 적자를 내는 나라는 더 적자가 난다. 우리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매년 약 200억 달러 적자가 나는 구조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업 입장이지만 일본과 FTA는 천천히 추진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국내 산업 재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밝혀 달라.
△ 주원 = 큰 방향은 정부에서 기업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을 발의해 통과하는 것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부실 한계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출과 연관 짓는다면 기업 내에서 불필요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접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기업의 모델은 최종재(소비재)나, 중간재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쪽이 돼야 한다.
△ 김극수 = 자료를 보면 일본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이 올 4월까지 산업경쟁력강화법 등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한 게 가장 컸다. 우리도 원샷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도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환율 관리 차원에서라도 해외 투자, 인수·합병을 확대해야 한다.
―하반기 대외 요건을 고려해 수출 전망은 어떤가.
△ 윤갑석 = 하반기 수출 환경을 보면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다. 부정적인 것은 유가 하락, 세계 교역 축소, 엔·유로 약세 등이다. 긍정적인 것은 상반기에 힘들었던 자동차 부문이 신차 출시로 수출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부문에선 삼성·LG전자의 신제품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유가다. 유가 상승 여부가 우리 수출 반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수출은 전체로 볼 때 상반기는 어렵고, 하반기는 회복할 것이다. 내년은 올해와 수출을 비교해 전망해 지표상으로는 좋아질 것으로 나왔다.
△ 주원 =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교역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했지만 지금 주춤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했으니 하반기에 올릴 것이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엔화는 약세를 유지할 것이다. 수출 경기가 생각보다 좋아지기 어렵다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 김극수 = 엔·달러 환율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유로 환율 약세도 국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5월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가 ‘현재 환율 수준에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계 운송장비, 자동차 등에서도 단가를 내리고 있으며 인센티브를 부여해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쓸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 주력 품목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 산업계에 요구하고 싶은 부분은.
△ 윤갑석 = 정책은 타이밍이다. 적시성이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만든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도록 입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 주원 = 환율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정부는 뭐하나’라는데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원래는 내수 진작을 위해 돈을 풀었던 것이고, 이는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줬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수출 중심 구조는 아니다.
△ 김극수 =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이 대규모 내수시장을 가진 나라와 전혀 다르다. 내수 진작으로 경제를 살리는 건 어렵다. 수요 확대로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할 수 없다.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고 이는 무역을 통한 경쟁적 환경을 조성해서 해야 한다. FTA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수출을 더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시장 개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리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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