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공포의 대상이었다. 인간에게 뱀파이어는 공포심을 유발하다가도 어느 틈에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자리를 이동하는가 하면, 때로는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대의 사회 상황에 따라 인간과 뱀파이어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변화했던 것이다. 그런데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가 인간의 통제 속에 차별받는 존재로 그려지는가 하면,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드라마는 300년 전 조선 시대에 발생했던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립과 갈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흡혈귀 토벌 작전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300년 전의 평화협정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인간의 피가 아닌 ‘대체피’를 먹어야 한다. 만약 뱀파이어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인간의 피를 노릴 경우 뱀파이어 통제국의 최고형에 해당하는 ‘안치형’을 받고 사회에서 격리된다.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인간의 통제에 대한 저항보다 종족 보존을 선택하면서 인간의 통제를 받는 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들은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다.
300년의 시간이 흘러 뱀파이어 백마리(설현)와 인간 정재민(여진구)은 지하철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백마리와 정재민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감정을 키워 나간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라는 밴드 이름은, 다르다는 이유로 더 이상 밀쳐내지 않고 오렌지 껍질처럼 쓸모없다고 외면받아 왔던 것들에 자리를 내주고 함께 어울려서 담아낼 수 있는, 마말레이드 같은 음악을 하고 싶은 백마리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공동체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사회적 약자의 바람이 밴드 이름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뱀파이어는 사람일 수 없다고 생각하던 정재민은 백마리의 실체를 알고 혼란에 빠진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원작 웹툰에서 간단하게 언급된, 뱀파이어와 인간이 평화협정을 맺던 300년 전 조선 시대로 돌아가 정재민과 백마리의 운명적인 관계를 들춰 낸다. 피만 보면 혼절하는 고약한 병증을 앓고 있는 성균관 유생 정재민과 자신은 ‘흡혈귀’가 아니라 ‘흡혈족’이라고 생각하는 백정의 딸 백마리의 인연이 환상적으로 그려지면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여기에 나쁜 흡혈귀와 착한 흡혈족의 대립이 덧붙여지면서 원작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가 사회적 약자라는 흥미로운 내용의 드라마를 통해 ‘다름’을 틀린 것으로 인지하면서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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