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세계 로봇공학챌린지(DRC)에서 한국 로봇 ‘휴보’가 미국·일본·독일 등 6개국의 24개 팀과 경쟁해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번 우승만으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로봇 기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로봇산업은 기계, 정보기술(IT),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공학 기술이 결합된 미래 성장 산업의 핵심이다. 한국은 미국·일본·독일·중국과 함께 5대 산업 로봇 시장이며,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수를 나타내는 ‘로봇 밀도’는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러나 현재 로봇 산업 기술 수준은 미국과 일본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격차는 상당하다.
이번 DRC는 비록 ‘재난 구조’라는 특정 과제에 최적화한 로봇을 선정하는 대회였지만 산업화 관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하다. 로봇들이 대회에서 수행한 과제들이 실제 생활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동작들이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 문 열고 들어가기, 밸브 닫기, 스위치 내리기, 계단 오르기와 같은 임무는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동작들이다. 아직 실생활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청소기 정도의 수준이지만,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로봇은 그 활동 영역을 확대해 머잖은 미래에 ‘1인 1로봇’ 시대가 올 것이다.
특히, 고령화 및 1인 가족 증가와 맞물려 ‘서비스 로봇’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휴머노이드(Humanoid) 형태의 로봇은 아니지만, ‘바닥 청소’라는 로봇의 활용 범위가 명확하고 대중이 구매할 수 있는,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미 로봇 청소기는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따라서 로봇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 외에도 활용 범위가 명확한 로봇들을 중심으로 그 수요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 산업인 로봇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로봇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가시적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로봇 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투자가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로봇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위한 활용 범위의 확대 기회는 대학, 연구기관 및 벤처 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로봇공학 분야의 발전과 산업화에 의미 있는 연구라고 생각되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연구 기관과 벤처 기업들이 꾸준히 연구에 정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연구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자를 신뢰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대기업 역시 새로운 핵심 및 기반 기술 개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장해 주고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신뢰를 연구자들에게 줘야 한다. 이처럼 로봇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연구자들은 기술 개발과 산업화 기회 확대로부터 비롯된 위험을 감수하면서 로봇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것이다.
로봇 산업에서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보다도 선두 국가들과의 신뢰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로봇 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하는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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