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추세가 일단 한 풀 꺾이고 있으나 아직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단계에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나온 지 22일째인 10일 오전 현재 사망이 9명에 이르고, 확진 환자가 108명으로 늘긴 했지만, 이날과 하루 전에 추가된 환자는 각각 13명과 8명으로 이틀 전의 23명에 비해선 적잖게 줄었다. 즉각대응팀이 “2차 확산의 고비를 12일쯤으로 예상했는데 3일 정도 일찍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밝힌 배경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만삭의 임신부가 1차 양성 반응을 보였고, 대형 종합병원들에서 잇달아 확진 환자가 나오고 있어 국민 불안이 해소되긴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정부가 여전히 컨트롤타워조차 불분명한 채 격리 대상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지역 감염’ 개연성까지 키우는 것은 개탄스럽다. 뒷북 대응도 마찬가지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일에야 “학교 휴업 기준을 마련해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국 유치원, 초·중·고, 대학의 10%가 넘는 2208개가 이미 휴업·휴교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메르스 환자를 고의로 회피하는 일부 병원,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 등 정부, 의료계(醫療界), 민간에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국민적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메르스 중앙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이 대표적 예다. 격리 병동에서 쪽잠을 자며 무겁고 무더운 전신보호복을 입은 채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간호사 300여 명 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감염 위험과 과로를 감수해야 하는 ‘메르스 담당’을 자원했다고 한다. “증세가 심한 환자를 돌본 뒤 보호복을 벗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해 손이 떨린다”면서도 책임감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경기 지역 32개 대형 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공공의료기관이 9일 경기도와 함께 ‘메르스 치료 민·관(民官)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지 않도록 한 결정도 돋보인다. 메르스 의심환자 진료를 꺼리는 병원이 적지 않고, 심지어 발열 증세만 보이면 무조건 받지 말라는 내부 지침까지 의사들에게 내린 병원도 있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14일 간의 격리 치료로 완치된 365서울열린의원 원장은 “독감보다 더 견딜 만했다”고 증언하며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문했다. 이제 국민도 지나친 공포에서 벗어날 때다. 메르스 발생 세계 2위국이라는 오명(汚名) 대신 극복에 성공한 전범국(典範國)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민·관과 의료계 모두 역량을 더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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