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쉬운 약소국에 수십억씩 퍼주며 지지 세력 구축
지난 5월 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 로이터 ‘골프로그램’ 분석
‘회장 선거, 회원국 1표 행사’… 평등선거 원칙 교묘히 악용
‘지원금 주면 고마워서 보답’… 당근책으로 사실상 ‘買票’
阿·북중미는 ‘절대 충성’… 美·伊는 한푼도 지원 못받아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FIFA를 ‘블라터 왕국’으로 건설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회원국에 주는 FIFA 지원금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FIFA 회장 선거에서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209개 회원국이 똑같이 1표씩 행사한다. 블라터 회장은 이를 악용, ‘충성’을 이끌어내기 쉬운 약소국들에 지원금을 집중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사실상 ‘매표(買票)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로이터통신은 10일 블라터 회장이 만든 FIFA ‘골프로그램’을 분석했다. 회원국에 축구장 건설비와 유소년 축구 발전 기금 등을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9년 골프로그램 도입 시점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의 지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FIFA가 지원금을 ‘전략적’으로 배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20만 명 미만인 섬나라 등 인구가 적은 약소국에 돈을 퍼주면서 지지 세력을 구축했다는 것.

로이터통신이 FIFA 홈페이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골프로그램 지원 예산은 아이슬란드가 3760만3870달러(약 417억4029만 원)로 가장 많고, 헝가리가 1620만 달러(179억8200만 원)로 뒤를 잇고 있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까지 지원 대상 ‘톱 5’가 모두 유럽축구연맹 소속 국가들이다. 하지만 인구 규모를 반영해 환산하면 순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1인당 지원금으로 따지면 카리브해 몬트세랫(인구 5215명)이 278달러를 받아 1위였다. 2위는 태평양 쿡 제도로 1인당 234달러. 카리브해에 있는 앵귈라가 69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몬트세랫과 앵귈라는 북중미카리브해연맹, 쿡 제도는 오세아니아연맹 소속이다. 1인당 지원금 상위 10개국 가운데 북중미카리브해연맹 소속이 5개국, 오세아니아연맹 소속이 2개국, 아프리카연맹 소속이 1개국이었다. 유럽연맹 회원국이 2개국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군소 국가인 산마리노(3만2742명)와 페로 제도(4만9947명)다.

반면 미국,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배정된 예산이 50만 달러(5억5500만 원)에 불과한 데다, 실제 지급된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벨기에는 230만 달러를 지원받게 돼 있지만 역시 1달러도 받지 못했고, 750만 달러가 배정된 잉글랜드에는 50만 달러만 지급됐다.

차등 지급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부자 나라나 축구 강국에도 똑같이 돈을 주면 뒤처진 나라에 돌아갈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 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중국, 미얀마 등에 대한 지원은 극도로 미미하다. 같은 250만 달러라도 미국령 괌에는 1인당 16달러가 돌아가지만, 미얀마는 1인당 5센트도 안 된다. 중국은 1인당 지원금이 0.1센트에 불과하다. 골프로그램의 지원금 배분 방식에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금이 같더라도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는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는 지원을 받은 나라의 ‘고마움’도 더 크다는 의미다. 골프로그램의 도움을 크게 받은 국가는 회장 선거에서 표로 ‘보답’하게 된다. 그 결과 아프리카연맹(54개국)과 북중미카리브해연맹(35개국), 오세아니아연맹(11개국), 남미축구연맹(10개국) 소속 대부분 국가는 블라터 회장을 굳건히 지지했다는 해석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관련기사

김성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