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복지는 흔히 소모성 사업으로 인식된다. 경제가 뭔가를 생산하면 복지는 그것을 나눠 쓰는 소비 활동이라는 것이다. 경제의 성과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경제성장률로 말하지만, 복지의 성과는 대개 지출한 예산으로 표시한다. 경제는 결과로 성과를 매기지만, 복지는 투입으로 실적을 논하는 것이다. 복지를 소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방적 소비로서의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복지 확대에 따른 증세(增稅) 논란도 따지고 보면 복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엄정한 문제 제기다. 그런데 증세만이 문제의 해결책일 수는 없다. 한도 끝도 없이 쓰기만 할 수는 없다. 복지에서도 투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결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이 무엇이고, 그러한 편익을 얻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지를 보다 분명히 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그래야 소비로서의 복지가 아니라 투자로서의 복지가 가능해진다.

투자로서의 복지 개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이다. SIB는 정부와 민간기관이 계약을 하고 민간기관이 복지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 일정한 사회적 성과를 얻으면 투입된 재원을 사후에 정부가 돌려주는 것이다. 민간기관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사용할 재원인데 성과가 있으면 보상을 통해 재투자할 여력이 생겨서 좋고, 정부는 성과 달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대한 투자 위험을 민간과 분담하니 좋은 제도다. 단순히 투입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복지 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성과를 분명히 한다는 이점도 있다.

이런 방식의 SIB 사업은 2010년 영국 피터버러시(市)의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사업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범률을 낮추는 노하우를 가진 민간기관이 참여해 실제로 재범률을 목표치를 웃돌아서 낮췄고, 그에 따른 성과를 시로부터 보상받은 것이다. 이후로 SIB는 영국·미국·호주·독일 등지에서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목표로 하는 복지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복지에 대한 투자적 접근을 강조하는 소셜 투자나 소셜 벤처의 개념이 정부와 민간 간의 협력 관계로 구체화한 생생한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가 SIB 사업을 아동복지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자립 능력을 키우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경계선 지능의 아동을 대상으로 정서 치유, 사회성 증진, 지적 능력 개선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시행하고 그 성과에 따라 민간기관이 투입한 재원을 후(後) 보상하는 사업이다. 성과 목표는 경계선 지능 아동 100명을 대상으로 3년간의 SIB 사업을 통해 32명을 정상 범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성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3년간 사업비 10억 원과 성공 인원에 따라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 32명이 정상 범주로 진입하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약 37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10억 원의 투자를 통해 2.7배의 수익을 보는 셈이다. 벤처 투자형 복지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시의 제1호 SIB 사업이 성사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사업을 수치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위험하다’였다고 한다. 복지 사업이 목표로 하는 많은 것이 사람의 변화이기 때문에 정량적인 측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측정이 어렵다고 측정을 포기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몰라도 좋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결국, 복지 사업은 투입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피터 드러커의 대표적인 명언 중 하나는 ‘측정되지 않는 것은 개선될 수 없다’이다. 측정하지 않고 있다면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표와 성과, 그리고 그에 대한 측정은 경영 분야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복지 분야에서 사회적 편익이라는 결과의 측정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복지 사업의 시행 방식으로 SIB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형 복지의 확대를 통한 지속 가능한 복지의 모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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