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2차례 다녀오고 예식장·성당·검찰청 방문경남서도 첫 환자… 강원 늘어
지자체, 확산 막기 대책 부심

지역감염자 KTX 서울 왕래
교통 발달로 안전지대 없어


전남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64·보성군) 씨가 잠복기간에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1000여 명에 달해 비상이 걸렸다. 11일 전남도에 따르면 A 씨는 폐렴증상으로 지난 5월 27일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5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14번째 확진자(35·5월 30일 확진)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부의 메르스 정보시스템에 이름이 오른 지난 7일에야 국가지정 격리병원에 격리됐다.

문제는 그가 잠복기간이 시작된 5월 29일 오후 4시쯤부터 병원에 격리될 때까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10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자가 격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A 씨의 가족과 마을 주민(32명), 직장 동료(13명)들은 우선 대상이다. 또 A 씨가 지난 5월 31일과 지난 7일 성당 미사 참석 당시 같이 있었던 교우 350명들도 대부분 격리대상이다. 또 지난 6일 A 씨가 하객으로 방문했던 전남 여수지역 예식장에는 20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 2일에는 서울삼성병원을 한 차례 더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 동승한 승객 수십 명은 전남도의 통계에서 빠져 있으나 추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A 씨는 또 5월 29일과 지난 1일에는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방문했고, 이를 전후해 변호사 사무실도 방문했다.

도는 검찰청에서의 접촉 인원을 7명, 변호사 사무실 접촉 인원을 8명으로 추산했다. A 씨가 거주하는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가운데 그가 다니는 성당의 신자, 순천지청 관계자들에 대한 대규모 자가 격리가 이뤄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보성군 보건소 관계자는 “A 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을 완전히 파악하는 게 어렵고 또 이들의 소재 파악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정부가 14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11일 만에 통보해준 것이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자가 전남·경남에서 처음으로 나오고, 강원·전북·대전 등에서도 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1000여 명과 밀접 접촉한 첫 확진자 A 씨가 나온 전남도의 경우 광주시와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광역자치단체 간 실질적 공조는 이례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병원 공동 활용 합의는 3차 감염이 확산될 경우 중소병원 1∼2개를 집중 활용해야 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여·77) 씨의 확진으로 ‘메르스 청정지역’에서 빠지게 된 경남도는 이날 대책본부 총괄책임자를 행정부지사에서 도지사로 격상했다. 강원도는 9일 원주에 이어 10일 오후 속초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3명으로 늘어나자 확진자와 접촉한 60명을 자택과 병원에 격리시켰다. 특히 속초지역은 설악산과 해수욕장 등 여름철 관광지역이어서 메르스 확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전시는 메르스 확진자가 총 21명(3명 사망)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고자 접수 및 안내 등을 맡은 대전시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지역 병원 선별진료소를 9개 종합병원으로 확대했다.

한편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고속도로와 KTX가 메르스 확산에도 한몫하고 있다. 20∼30년 전만 해도 감염병 전파 속도가 낮았으나, 빨라진 교통편과 확충된 인프라로 감염병 안전지대가 사라진 것이다.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전남과 경남에서 나온 메르스 확진자는 14번째 감염자가 입원해 있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오면서 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경남 창원의 B(여·77) 씨는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편도 360㎞가 넘는 거리를 딸의 승용차로 다녀왔다.

전남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도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을 나와 광주까지 이동하는 데 심야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강원 속초시 C(여·22) 씨는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뒤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속초로 이동, 10일 오후 속초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의 첫 확진자는 KTX를 이용했다. 부산의 유일한 메르스 확진자 D(61) 씨는 지난 2일 서울삼성병원에서 KTX를 타고 내려와 부산에서 접촉한 40여 명에 대한 격리조치가 내려졌다.

창원=박영수·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 전국종합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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