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 / 서울대 명예교수, 前 대한보건협회장

지난달까지만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메르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감염의 경로가 공기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확진자 발생은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 한해 발생하는 것으로 정리돼 가고 있고, 더구나 확진환자는 모두 격리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국민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싶다.

최근 지인을 만나 대화를 하던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른바 슈퍼전파자가 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찾았기에 망정이지, 서울대병원을 찾았더라면 더욱 심각했을 거라는 말이다. 응급실의 과밀성을 지적한 것이다. 과밀성은 감염성과 관계가 깊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서울대병원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77.1%로 1위인데 삼성서울병원은 110.9%로 훨씬 낮다.

그러면 왜 응급실이 과밀한가? 유명한 병원일수록 좋은 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선호하는 병원에 줄을 서기 때문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응급실로 가는 것이다. 유명 의료기관의 응급실에 가보면 야전병원과 흡사하다. 바닥에도 누워 있다. 그 옆에 지친 보호자도 함께 누워 있다. 이 사이로 메르스 양성자도 지나간 것이다. 맨 처음 환자, 즉 1번 환자도 세 번째 병원인 C병원 응급실까지 가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러 가는 가장 안전한 곳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온갖 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병원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과밀 현상을 조장해 메르스 유행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이에 선진 의료 한국으로 가기 위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우선, 병원에 불필요하게 가는 횟수를 줄이면 감염 환자를 만날 가능성이 작다. 건강 추구권, 좋은 의사에게서 진료 받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똑같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도 결과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 다른 병원의 문을 두드린다. 2014년에 한 사람이 평균 19.71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이는 과밀성을 부추겨 감염의 기회를 높여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지나친 의료기관 진료 횟수를 줄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첩경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문병의 기회를 줄이면 감염의 기회도 준다. 선진국에서는 상호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방문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우리나라는 입원환자를 방문해 위로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어르신이 입원해 있으면 철모르고 뛰어다니는 손주까지 병문안단에 합류한다. 온갖 균이 떠돌아다니는 병원에 가장 취약한 어린아이들이 달린다.

또 하나, 보호자나 간병인 제도는 병원의 과밀을 부추긴다. 그러나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찬밥 신세다. 병실이 6인실이라 하지만 보호자 또는 간병인이 함께 있는 것을 생각하면 12명 또는 그 이상이 함께 기거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인에게는 편리하겠지만, 6인의 환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감염 전파 여부에 대한 신체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병원에는 원칙적으로 환자와 의료인만이 있어야 한다.

바꿔야 한다. 병원 문화를 바꾸자. 메르스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병원 문화를 바꾼다면 엄청난 이득도 볼 수 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말했다. “가족구성원들이 입원환자를 돌보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전통이 병원 내 감염 확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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