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는 ‘큐큐 웃픈 내 인생’은 너무 재기발랄해 오래 붙잡고 있고 싶다고, 도킨스는 과학을 흥미롭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과학자라고 평했고, ‘위험한 과학책’은 터무니없는 가설에 대한 진지한 과학적 답변이라며 추천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는 통계를 모르는 이에겐 입문서, 잘 아는 사람에겐 시각을 새롭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나머지 3권은 랜들 먼로의 ‘xkcd’, ‘우리는 고기를 먹어야 하나(Should We Eat Meat?)’, ‘면역에 대하여(On Immunity)’입니다. 게이츠 추천에 국내 출판사들은 곧바로 띠지에 ‘게이츠 추천’ ‘게이츠가 빵 터진 책’ 같은 문구를 넣고,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며 ‘게이츠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독서광 게이츠는 여러 매체를 통해 서평을 게재하고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게이츠라는 무게감과 책에 대한 내공이 결합해 그가 추천하면 책이 새로 조명받기도 하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엔 1969년에 출간된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을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로 추천해 절판된 책이 40여 년 만에 다시 나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게이츠의 추천 책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국에서 책과 관련된 ‘설레브리티(celebrity)’는 누구일까, 게이츠와 비견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찾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책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설레브리티라면 드라마 주인공 그리고 간접광고(PPL)입니다. 한창 흥미로운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이 맡은 백승찬 PD가 톱스타 신디(아이유)에서 선물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예상대로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이 드라마에 PPL로 참가한 크눌프사의 ‘데미안’이 기존 번역본들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디어 셀러로의 강력한 쏠림 현상과 고전번역의 잘못된 관행에 씁쓸합니다. 데미안의 정본 번역서가 아니라 PPL로 나온 그 데미안을 선택한 독자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게이츠 같은 책 설레브리티는 언제쯤 나올까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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