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설정과 유려한 수사의 미국 작가 도나 타트(52·사진)의 2013년 작품으로 지난해 퓰리처상과 미국 도서관협회 앤드루 카네기상을 받았다. 네덜란드 풍속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1620?∼1654)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이 소설로 미국과 유럽에서 파브리티우스가 재조명되는 등 세계적인 ‘타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과작의 작가’로 유명한 타트는 대학시절부터 8년을 준비한 첫 소설 ‘비밀의 계절’로 평단과 독자 모두를 사로잡은 뒤, 10여 년 만에 두 번째 작품 ‘작은 친구’를 내놨고, 다시 11년 만에 ‘황금방울새’를 출간했다. 소설은 열세살 소년 시오가 엄마와 함께 바람을 피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테러를 당해 엄마를 잃고 하루 아침에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시오는 미술관 테러 당시 기묘한 노인의 간청으로 작은 그림을 하나 가지고 나오게 된다. 상실과 고통 속에 그림을 돌려줄 기회를 놓친 시오는 언제부터인가 황금방울새 그림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그에게 죄책감의 원천인 동시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위로해 주는 것이다. 세상은 사라진 ‘황금방울새’를 찾기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사실상 고아가 된 시오는 부유한 친구 앤디 집에 맡겨졌다가 아빠를 따라 라스베이거스로, 또다시 뉴욕으로 옮겨 다니며 끝없이 우연과 운명에 휘말린다. 시오는 홰에 묶인 그림 속 방울새처럼 발버둥칠수록 어리석은 선택을 거듭하지만 긴 세월 우여곡절을 겪은 뒤 이 그림에 재앙과 망각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불멸성이 뒤따랐음을, 그리고 그림을 사랑한 자신 역시 그러한 불멸성의 한 부분임을 깨닫는다.
소설은 대도시의 풍경과 일상, 예술 암시장 등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그속에 귀중한 그림을 둘러싼 스릴러, 테러 공격으로 고아가 된 소년의 성장담,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교직해 내며 상실과 집착, 우연과 운명,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촘촘하게 풀어낸다. 이와 함께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적나라한 모습과 엘리트 계층 및 사회 밑바닥 이민자들의 대비되는 삶의 모습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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