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핵 문제 등 양국 관계 핵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핵 문제 등 양국 관계 핵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만난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 대사는 에너지가 넘쳤다. 역대 최연소 대사다웠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래 의욕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야외 사진촬영 동안 마당에서 애견 그릭스비와 뛰어다니고, 2월 한국에서 얻은 첫 아들 세준 이야기에는 웃음꽃을 피웠다. 영락없는 ‘젊은 아빠’였다. 정동에서 광화문 대사관까지 매일 그릭스비와 함께 도보로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한국인들에게 인사를 나눠오고 있다. 역대 대사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기자가 리퍼트 대사와 처음 인사한 것은 3월 5일 세종홀이었다. 강연장에서 김기종(55) 씨에게 공격을 받기 바로 직전이었다. 불운한 사건이었지만 리퍼트 대사는 현장에서 도움을 받은 관계자들을 초청했고, 이렇게 맺은 인연으로 이후 4차례 리퍼트 대사를 더 만났다. 그때마다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젊음과 에너지였다. 이런 특성은 리퍼트 대사가 말하듯 “역동적인(dynamic) 한국 사회”와 궁합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는 폭탄주를 즐겼고, 노래방에서도 거리낌 없을 정도로 한국사회와 깊은 ‘정’에 푹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리퍼트 대사의 정책 영역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동북아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에 부임한 대사로서 그의 생각을 오랜 시간 진지하게 들어보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 등을 역임한 그이다. 정책 역량도 상당히 갖췄을 것 같았다. 그래서 리퍼트 대사가 한국에서 그리고 있을 큰 그림이 궁금했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해법은 없는지, 한·미동맹을 보다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구상은 뭔지 등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14∼18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그에게 부임 이후 최대 미션이 될 터였다. 박 대통령의 방미가 연기된 후 청와대가 밝힌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일정을 어떻게 잡고자 하는지, 별 문제는 없는지 대화를 나누기 위해 11일 추가로 서면인터뷰가 이뤄졌다.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리퍼트 대사는 한·미동맹의 견고성과 강력한 유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오랫동안 역외 균형자 역할을 해왔지만,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 등으로 한·미관계의 견고성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지금 한·미동맹은 전에 없었던 최상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미동맹이라는 용어를 존 케리 국무장관이 표현한 대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최상의 상태의 양자관계로 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매우 밀접하게 함께 일하고 있고, 복잡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례로 안보 관계에서 우리의 최상 전력이 여기에 와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협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통합돼 있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억지력과 안보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FTA의 ‘골드 스탠더드(황금 기준)’로 평가됩니다. 전 세계 부러움의 대상이죠. 우리는 매일매일 동맹을 집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요. 글로벌 파트너십에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지역 및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입니다.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의 연대도 매우 강력합니다. 정말 진실되면서도 특별합니다. 한·미동맹의 힘은 이런 다면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한·미동맹은 폭이 매우 넓고, 깊이가 매우 깊습니다. 그리고 이 힘이 또다시 거대한 동맹의 힘을 만들어냅니다.”

―동맹이 넓으면서도 동시에 깊기는 쉽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새로운 도전들로 인해 새로운 방향(new direction)으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에너지나 환경, 사이버, 우주공간,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죠. 한·미가 미래에 함께 작업하게 될 이런 영역들이 동맹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 우리가 21세기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 이 문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한·미동맹에 약점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약점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한·미동맹의 약점을 찾을 수 없네요. 물론 도전들은 계속 나오고 있죠. 이 도전들은 21세기형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동맹에 대한 도전들을 우리도 계속 따라가야겠죠. 정보화 시대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현안들이 갑자기 불쑥 떠오를 수 있습니다. 동맹은 이 도전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잘 해왔고, 많은 분야에서 강력한 기초를 다져왔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동맹이 완벽에 가깝다면 대사로서 본인은 무엇을 더 할 생각입니까.

“현재 강력하다고 해서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동맹은 강력하며 안보와 경제, 글로벌 파트너십, 인적 연대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사안의 기반을 닦는 게 핵심입니다. 이게 우리가 동맹을 새로운 방향으로 밀고 나아갈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이버 안보와 우주 이용의 권리, 환경, 에너지, 그리고 우리가 이미 함께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 보조를 맞춰갈 수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런 분야에서 더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이 분야들은 21세기에서 갈수록 현저하게 두드러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핵심 현안에서 동맹을 강하게 계속 유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동맹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이 양국에는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리퍼트 대사의 한·미동맹 평가는 이처럼 혈맹에 기반을 둔 굳건한 과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미래로 향해 있었다. 한국이 보는 시점보다 훨씬 더 먼 미래의 시점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굳건한 한·미동맹 속에서 주한 미 대사로서 어떤 부분이 본인의 업적으로 남기를 바라는지 묻자 리퍼트 대사는 다소 주춤했다. 원론적이면서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대사의 임무는 훌륭한 업무를 바탕으로 양국이 함께 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대사들은 궁극적으로는 브리지(bridge·교량) 역할을 합니다. 업적에 관해서라면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단지 제가 다양한 층위로 배열된 현안을 넘어 동맹의 힘을 증진시키고, 동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염려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로 대사를 보내면서 뭔가 개별적인 숙제를 내줬을 것 같은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미국 내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넘어 초당적이면서도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한·미동맹은 미국에 굉장히 중요하며, 대통령 개인에게도 중요합니다. 한·미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진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저뿐 아니라 모든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있죠.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감독 아래 업무를 잘 해왔습니다. 이제 이 관계가 계속 나아가고, 양국 국민들 사이에 다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 앞마당에서 애견 그릭스비를 끌어안고 있다. 리퍼트 대사가 매일 광화문 대사관으로 도보 출근할 때도 곁에 데리고 다니는 그릭스비는 프랑스산 바셋하운드(사냥개의 일종) 품종으로 국내에서는 허시퍼피로 알려져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 앞마당에서 애견 그릭스비를 끌어안고 있다. 리퍼트 대사가 매일 광화문 대사관으로 도보 출근할 때도 곁에 데리고 다니는 그릭스비는 프랑스산 바셋하운드(사냥개의 일종) 품종으로 국내에서는 허시퍼피로 알려져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리퍼트 대사는 ‘글로벌 파트너십’ ‘새로운 방향’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핵 등과 같은 전통적인 현안뿐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뉘앙스가 곳곳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양국 정상 간 신뢰 관계 재확인 △북핵 등 기본적 문제에 대한 협의·조율 △현대적 동맹을 위한 새로운 방향 설정 등 3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양국 정상의 신뢰와 관련해 “분명 양국 정상 간에는 화학적 반응(chemistry)이 있다”며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이를 보다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일 신(新)밀월 관계 평가와 관련한 국내의 우려를 인식한 듯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2013년에 대대적인 방문 행사를 가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리퍼트 대사는 “최근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당시 하원의장 시절 박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가장 빨리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정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바 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답변마다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지만,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자신감의 원천은 2005∼2008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을 역임하면서 얻은 끈끈한 연대였다. 리퍼트 대사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자 세일즈 포인트였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백악관과는 얼마나 자주 연락합니까.

“백악관과 자주 이야기합니다. 국무부와 국방부와도 자주 연락합니다. 저에게는 이건 단순히 특정 장소, 특정인, 특정 부처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한·미관계가 조율하는 미국 정부의 모든 부처, 기관들을 확신시키는 작업입니다. 제가 백악관과 이야기해야 한다면 백악관과 이야기하고, 펜타곤(국방부)과 이야기해야 한다면 펜타곤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제 업무입니다. 핵심은 한·미관계를 위해 일하는 정부와 우리 국민, 그리고 사업체 등과 계속 연결해야 하는 게 제 업무라는 것이죠.”

―부임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도 직접 만나고 통화했나요.

“그럼요. 저희는 오랜 친구입니다. 농구도 같이 했죠. 골프는 같이 친 적이 없어요. 어떻든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관계와 동맹에 매우 헌신적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열중하고 계시죠.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동안 4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워싱턴을 방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재균형 정책을 대대적으로(writ large) 지속해 나가고, 하루하루 한반도 평화와 함께 재균형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0점에서부터 100점 사이에서 점수를 준다면 얼마를 주겠습니까.

“수치로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재균형 정책이 매우 깊으며, 강력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기 위해 자원이 상당히 투입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군 전력의 60%가 여기로 이동하고 있으며, 공군력의 60%도 마찬가지입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협상하고 있죠. 한·미 간에는 다양한 수위의 외교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과 같이 새로운 설계에 관여하고 있는 고위급 방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면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맹은 매우 견고하고 강력하며, 동시에 지나치다 할 정도의 방식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잘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중 관계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합니까.

“오바마 행정부는 3대 아시아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맹을 강화하고 다자적인 구상을 설계하고, 마지막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같은 신흥 국가들에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중에서 동맹이 최우선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전략적 동맹입니다. 가장 먼저 얻고자 하는 것이 동맹들과의 평화로, 임기 초기에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이유입니다. 절대 회피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 역시 이 범주에 속합니다. 매우 중요한 동맹이죠. 미군의 4성 장군이 여기에 와 있고,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으며, 경제 관계도 강력합니다.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복잡한 대국 관계입니다. 미·중이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여전히 합의 못 한 부분도 있죠. 하지만 베이징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자 본질입니다. 양국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서로 맞춰 가느냐는 것이죠.”

리퍼트 대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더욱 말을 아꼈지만 한반도·동북아 정책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깔끔하고 명확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 인권 상황은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남은 2년간 대북정책의 방향이 북한 인권에 맞춰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을 제외한 5자, 특히 대북제재의 ‘루프 홀(loophole·구멍)’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5자가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는 한반도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해당하고 중국의 반발이 거센데 한·미 간에 논의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나요.

“사드 문제는 미성숙(pre-matured) 단계입니다.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으며, 어떤 공식적 협의(formal consultations)도 없었습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에서 여전히 내부적 논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아직 그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성숙한 상태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자국 안보에 중요한 국가의 주권적 결정’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을 언급하고 싶네요. 저는 국방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의 TPP 가입 문제도 곧 결정될까요.

“한국이 TPP에 대한 어떤 관심이라도 표명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환영합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초점은 TPP에 참여한 국가들과의 1차 협상을 끝내고 의회에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받으려는 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볼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한·미가 TPP 협상의 진행 과정과 진전에 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밀접하게 협의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결정해야 하니까요. 미국은 한국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북핵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데 생각하는 해법은 있습니까.

“먼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억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이 지역에 미국의 군사역량이 증강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경제적 측면에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고립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에 선택권을 줬습니다. 협상으로 돌아와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authentic) 있고 신뢰할 만한 원칙 있는 외교에 부응하거나, 아니면 고립 상태에 머무는 것입니다.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시달리는 길이죠. 우리는 계속 북한에 선택지를 줄 것이며, 북한이 이란·쿠바·미얀마와 같은 선택을 하기를 바랍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른 5자와 함께 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원칙 있는 외교를 이어갈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쿠바 등과는 외교적 업적을 남겼지만, 북한 문제에는 별다른 업적이 없습니다. 전략적 인내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은 북한에 가 있죠. 우리는 외교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원칙 있는 외교, 즉 비핵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게다가 한국도 남북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부했죠. 중국도 마찬가지이며, 북한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모든 화살이 한 방향, 바로 북한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북한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강력한 억지를 유지하면서 위협에 대처하고, 제재와 동시에 북한이 외교적 선택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란과 쿠바 등은 핵무기가 없지만, 북한은 사실상 핵을 가진 국가라는 점에서 뭔가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협상에서는 모든 나라가 다 다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행정부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 3개 국가에 대화를 위한 문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반응을 했죠. 하지만 북한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국뿐 아니라 5자가 원하는 대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변화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가 아닙니다. 비핵화를 위한 원칙 있는 외교에 참여하고,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협상에 복귀하느냐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습니다. 저희 정책은 명확하며 일관돼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5자는 단합돼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 정권이 결국 붕괴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김정은 체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합니까.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고 있으며 참담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한 미 대사로서 자주 접해온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기존의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한국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는 미묘한 뉘앙스의 답변으로 여지를 남겼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공개석상에서 수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은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며, 매우 감정적인 문제이자 어려운 현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처우가 충격적(shocking)이라고 말한 바 있죠. 우리는 양국이 논의를 통해 여기 한국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기 바랍니다.”

한국인이 만족하고, 치유를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역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인들의 대체적인 인식인데 리퍼트 대사도 같은 생각인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채 인터뷰를 마쳐야 했다.

인터뷰 = 신보영 차장대우 (정치부)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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