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IS는 ‘시리아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를 완전 장악했다.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팔미라는 ‘사막의 베네치아’ ‘사막의 진주’ ‘사막의 공주’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 고대 문화유적이 많은 곳이다. 동서가 교차하는 위치에 있어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양식이 혼합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재 도시로 손꼽힌다. IS가 팔미라를 장악하자 외신들은 일제히 ‘팔미라 역사상 최대 위기’라며 문화재 파괴를 우려했다.
그러나 IS는 팔미라 일대 유적 가운데 다신교와 관련된 조각상만 부수고 나머지는 보존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지난 2월 이라크 모술의 박물관에 전시된 석상과 조각품을 깨부수는 영상을 공개하고 같은 해 4월 이라크 북부에 있는 아시리아의 님루드 유적을 폭발시키는 장면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IS의 팔미라 유적보존은 IS가 문화재 전략을 파괴에서 판매로 전향한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IS가 장악한 유전 시설을 공격하며 원유 판매보다 문화재 판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IS의 문화재 판매 수익을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수천만 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가 지난 1년간 유물 밀매로 얻은 수익이 1억 달러(약 1100억 원)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IS는 주로 이라크 지역의 오래된 밀수 네트워크를 이용해 관계 당국의 감시를 피하며 세계 각국에 문화재를 판매하고 있다. 마이클 단티 보스턴대 고고학과 교수는 “이곳에서 거래된 문화재는 쿠웨이트, 이스라엘, 터키 등의 시장으로 넘어간다”며 “중소형 유물은 주로 직거래가 되고 규모가 크고 유명한 문화재들은 ‘세탁’ 과정을 거친 뒤 판매된다”고 말했다.
세탁과정을 거친 문화재는 온라인을 통해 미국 등 서구로 넘어가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유물연합(Antiquities Coalition)의 데버러 레어 회장은 “IS가 협회로 잘못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문화재 온라인 판매 사실을 파악했다”며 “문화재 수집가들에 대한 교육과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화재 수출 관련 수치는 IS의 활발한 문화재 거래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유물의 양은 지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4배나 증가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1년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확장한 IS가 문화재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대량 파괴무기 제조를 시도하는 등 국가 체제를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IS가 체제정비와 함께 핵무기까지 손을 뻗는 데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10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의 말을 인용해 최근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점령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끌어모아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어떤 테러리스트 집단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간 폭탄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IS는 지난달 선전잡지에서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디펜던트도 IS가 현재 핵무기를 확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유전지대 점령과 고대유물 밀매, 장악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 징수 등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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