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병원 주장 엇갈려… 또 다른 확산통로 우려

보건 당국이 경기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 환자의 감염 경로로 평택박애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화장실 및 엑스레이 촬영실을 지목했지만, 두 사람 모두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시돼 감염경로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4차 감염과 지역사회 감염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평택 경찰관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 평택의 경찰관(119번 환자·35)은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경찰관에 대해 “중간 조사 결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처음 감염된 52번 환자가 자가 격리 중에 발열 증세를 보여 31일 밤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A 경사도 ‘같은 시간대’에 평택박애병원에 내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택박애병원은 경찰관이 다녀가고 17분 후에 52번 환자가 도착해 두 사람이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경찰관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5월 31일 밤 11시 24분이다. 당시 응급실에 환자가 1명도 없었던 데다 A 경사도 근무 중에 와서 바쁘다고 얘기해 곧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당시 A 경사는 체온 37.8도로 열만 있을 뿐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으나 문진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병원 측은 메르스를 의심하고 보건소에 신고할 테니 조치에 따르라고 말했다. 해열제 주사와 약 처방을 받은 A 경사가 병원을 떠난 것은 밤 11시 34분.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10분가량이다. 이어 밤 11시 51분 52번 환자가 도착했다. 이 시간에도 응급실에 다른 환자는 없는 상태였다. 병원 관계자는 “시간대가 겹치지 않더라도 52번 환자가 먼저 온 것이었으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겠으나 나중에 온 환자가 먼저 왔다 간 환자를 감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 첫 감염= 115번 환자(여·77)의 감염 경로도 미궁에 빠져 있다. 이 환자는 5월 27일 오후 2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경남 창원으로 갔다. 14번 환자(35)가 있던 응급실에 들른 적이 없지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감염의 슈퍼 전파자는 14번 환자다.

보건당국은 정형외과 진료실이 응급실과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15번 환자가, 14번 환자가 사용한 1층 화장실과 엑스레이 촬영실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감염 전문가들은 여자와 남자가 화장실을 따로 쓰는 삼성서울병원의 특성상 화장실 감염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14번 환자의 침 등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엑스레이 촬영기기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입원 초반에는 상태가 나쁘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병원 내를 이동했던 14번 환자가 1층을 돌아다니다 115번 환자와 마주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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