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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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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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달선·광주 김외한 할머니 한날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하고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오후 경북 포항에 사는 김달선 할머니와 경기 광주의 김외한 할머니가 각각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12일 밝혔다.

김달선 할머니는 90세, 김외한 할머니는 81세. 김달선 할머니는 11일 오후 9시 15분쯤, 김외한 할머니는 이보다 30분 전쯤 타계했다. 두 분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50명으로 줄었다.

김달선 할머니는 1925년 포항시 북구 환여동에서 3남 3녀 중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났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고인은 1943년 19세가 되던 해에 어머니와 함께 흥해읍에서 청어를 팔던 중 일본 경찰에 의해 미얀마로 끌려갔다. 고인은 여자로서 겪을 수 없는 심한 고생으로 자궁 수술을 2차례 받고 자살도 시도했다.

1945년 해방이 된 이후에도 일본군에 이끌려 수개월 동안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다 부산을 통해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고인은 위안소에서 받은 고초로 평생 병원과 요양원 신세를 지다 한(恨) 맺힌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여동생인 김만금(73) 할머니는 “언니는 배가 고파서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먹으면서 살려고 발버둥 쳤지만 일본군은 무자비하게 짓밟기만 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처를 입었다”며 “눈을 감기 전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 정부를 증오했다”고 말했다. 빈소는 포항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13일 12시.

또 같은 날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던 김외한 할머니도 타계했다. 고인은 193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해방 전인 1945년 2월 11세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끌려갔다.

고인은 위안부 할머니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온갖 고초를 겪다가 해방 후 징용을 다녀온 남편(89)과 만나 결혼한 뒤 경북 안동에서 살았다. 이후 고인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2012년 12월부터 나눔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왔다.

안신권(54) 나눔의 집 소장은 “고인은 어린 나이에 위안소에서 일본군의 무자비한 능욕에 시달려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며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모습이 선한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안동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13일 오전에 있을 예정이다.

포항=박천학·광주(경기)=송동근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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