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 논설위원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발명은 대부분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사과는 왜 아래로 떨어질까?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끈 의문이다. 질문의 원천은 호기심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난 별다른 재능이 없다. 호기심이 왕성할 뿐”이라고 했다. 질문에 관한 한 어린이를 따라갈 수 없다. 말 배우기 무섭게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대개는 너무나 당연해서 답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지만, 어른 눈에 그리 비칠 뿐이다. 나이를 먹는 건 질문하는 법을 잊어가는 과정이다.

과학자는 두 부류가 있다. “똑똑하고 경쟁심이 강한 과학자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연구 주제에 매달린다. 반면 호기심이 강한 쪽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지치지 않고 매달린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제작 자문을 맡은 우주과학자 킵 손이 얼마 전 한국에 와서 한 말이다. 호기심 연구는 먹고사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바꾼 연구, 혹은 인물은 항상 후자 쪽이다.

호기심에 관한 책 ‘큐리어스’를 쓴 영국 광고 전문가 이언 레슬리는 호기심을 식욕·성욕·주거욕에 이은 제4의 본능으로 본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장이라는 것이다. 레슬리에 따르면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접근법은 두 가지다. ‘수수께끼’ 방식은 무엇·어디·얼마를 묻는 것이고, ‘미스터리’ 방식은 어떻게·왜를 따지는 것이다. 한쪽은 항상 정답이 있고, 다른 한쪽은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이 진전되면 수수께끼가 득세하고 미스터리는 사라져 간다.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 엔진은 정답이 없는 질문에도 정답을 제시한다. 통찰이 깊어가는 과정에는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도, 상식을 벗어난 일탈도 필요하다. 그러나 구글의 검색에서 모호함은 고쳐져야 할 버그로 표시될 뿐이다.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뇌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면 생각, 곧 질문도 사라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0일부터 8월까지 기발한 질문을 공모하는 ‘X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약간 미친 사람’들의 생각으로 과학기술의 새 판을 짜겠다는 시도다. 무인 항공기, 우주행 엘리베이터, 하늘의 풍력발전기 등 괴짜 질문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구글X’의 벤치마킹이다. 한편에선 질문을 없애면서 다른 쪽에선 질문을 부르는 ‘구글 패러독스’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