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오후 9시 반, 손님 하나가 들어섰으므로 최정현이 반겼다. 두 번째 손님이다. 10시가 넘어야 손님이 모이지만 오늘은 뜸한 편이다. 포장마차 안을 훑어본 손님이 자리에 앉더니 최정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50대 초반쯤 되었을까. 양복 차림에 단정한 용모, 눈빛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뭘 드릴까요?”

최정현이 시선을 떼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기가 죽었다. 전 남편 양준기의 영향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이 또한 서동수의 영향이다. 그동안 서동수의 별장에 세 번 다녀왔고 지금은 단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리듬이 맞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궁합이 아니다. 사는 것이 즐거워진 것이다. 비록 포장마차 매상이 겨우 먹고살 만큼만 되었어도 배가 부른 것이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와 활력이 생기고 있다.

“아, 저기, 에….”

사내가 안주 진열장을 보면서 더듬거렸으므로 최정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사내가 안주에서 시선을 돌리더니 최정현에게 말했다.

“저기, 제가 장관 비서실장 유병선이라고 합니다.”

놀란 최정현이 들고 있던 순대를 어묵 냄비 속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국물이 튀지는 않았다. 여전히 정색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장관께서 조선자동차 건설현장의 구내식당을 해 보시라고 해서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유병선의 얼굴이 풀렸고 눈빛도 따뜻해졌다. 두 손을 든 유병선이 조금씩 흔들면서 말하는 것이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건설현장 근로자를 위한 식당이니까 손님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매일 세끼 식사를 만들어 줘야 되지만 식당 직원을 3교대로 운영하면 되겠지요.”

“…….”

“예, 제3식당을 맡게 되시는데 식당에서 밥 먹는 인원은 600명쯤 되겠습니다. 600명이 하루 세끼를 먹는 거죠.”

“…….”

“물론 식비는 다 회사에서 냅니다. 지금 운영되는 제1, 2식당이 한 끼에 5000원씩이니 그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하루 900만 원이 되겠습니다.”

그 순간 최정현이 숨을 들이켰다. 최정현은 회계에 좀 어둡다. 하긴 큰돈을 계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포장마차의 하루 매상이 15만 원 정도였고 가장 많았던 때가 27만 원인가였던 것이다. 그런데 하루 900만 원이라니, 그것도 보장된 손님이, 그러면 한 달에 얼마인가.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진 최정현이 겨우 입만 벌렸을 때 유병선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저기, 내일 비서실 직원하고 만나서 식당에 한번 가보시지요. 직원이 자세히 설명해 드릴 것입니다. 식당에 필요한 집기나 주방기구는 모두 준비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

“식당 고용원도 모집해 드릴 것이니까 맡겨 두시고요. 최정현 씨께서는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기.”

마침내 최정현이 상기된 얼굴로 손을 조금 들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는 바람에 딸꾹질까지 나오려고 한다.

“장, 장관님은요?”

그러자 유병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장관님께서도 곧 연락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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