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번화가 뒷골목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밥집. 자정에 문을 열어 오전 7시까지 과묵한 성격의 주인이 허기와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소박한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따뜻한 공간. 18일 개봉하는 영화 ‘심야식당’(감독 마쓰오카 조지)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자극적인 요소 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식당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경찰, 게이바 사장, 스트리퍼, 조직폭력단 간부, 관광버스 안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각자 직업적 특성을 나타내지 않고, 모두 한 가족처럼 정을 나누며 지낸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뒷담화’를 즐기지만 상대를 헐뜯기보다는 걱정과 격려의 마음을 표현한다.
과거를 알 수 없는 이 식당의 주인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손님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가끔은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은근한 미소로 바라보며 그들을 위로한다. 왼쪽 눈 위부터 볼로 이어지는 긴 흉터를 보면 그의 과거가 궁금해지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사연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식당의 손님들은 그저 양손을 허리춤에 걸치고, 꿋꿋하게 서 있는 마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한 손님이 놓고 간 납골함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단골 손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 영화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 등 세 가지 음식과 연관된 에피소드로 나뉘어 전개된다.
나폴리탄은 실의에 빠진 여인에게 새로운 사랑을 연결해 주는 음식이며 마밥은 도시생활에 한계를 느끼고, 지쳐있는 소녀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또 카레라이스는 상실의 고통을 겪는 남자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그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이면 뭐든지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는 마스터는 세 가지 음식 외에도 문어 소시지, 계란말이, 조개술찜, 바지락된장국 등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그들과 소통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먹방’(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대개 식욕을 자극하지만 이 영화의 ‘먹방’은 마음을 움직인다. 기교로 만든 음식이 아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만화는 영화 이전에 드라마로도 3시즌에 걸쳐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다. 주연배우인 고바야시 가오루는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6년 동안 심야식당 마스터 자리를 지켜왔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본 그는 자연스럽고, 묵직한 연기로 관객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준다. 또 굵직한 사연을 안은 조연 배우들과 단역 배우들까지 모두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며 매력적인 영화를 완성해냈다. 특히 식당 앞 1인 파출소의 경찰로 나오는 오다기리 조는 엉뚱한 연기로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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