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호 환자가 확인된 뒤부터 지금까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28일)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다. 메르스 3차 대유행 우려와 소비 위축, 패닉 등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상황을 다시 정리하고 미래를 생각해야만 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작은 일이 큰 변화로 이어지는 순간)’를 맞고 있다. 공무원 사회와 의료계의 내부 병리를 척결하면서, 외래 전염병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비정상적인 공포도 떨쳐버려야 한다.
메르스 초기 대응과 후속관리 실패를 초래한 관료들의 경직된 관료주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장벽 등 병폐를 낱낱이 도려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그대로 지나쳐선 안 된다. 공직 사회 난제로 꼽히는 순환 보직제 때문에 공무원 조직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지자걸음을 걷는다. 욕먹을 각오로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승진을 책임져줄 상사의 눈치부터 살피는 풍토도 문제다. 메르스 발생·경유 병원에 대한 정보 공개가 늦어서 화를 키운 점은 관료사회의 비(非) 전문성과 무기력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무원들이 1∼2년 근무하다 보직이 바뀌는 탓에 전문적 역량을 쌓지 못한 채 업무 인수인계에서 오는 비효율과 공백, 연속성 결여 등에 시달려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와 능력주의 인사를 위한 대대적 개편에 나서야 한다.
첨단 의료 기술로 유명하던 삼성서울병원의 방역 실패는 의료계 병폐의 빙산 일각일 수 있다. 얼마 전 한 60대 개원의로부터 들은 고백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50.3명이어서 많은 환자를 보려면 1분 진료,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초기에 메르스 환자의 발병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감당하기 힘들게 많은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소진’의 순간이 온다. 세월호 참사 원인이 화물 과적이었다면, 의사들이 수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현실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의료계판 세월호’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의료 종별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의료 전달체계에 대한 전면 개혁과 재설계가 절실한 이유다. 방역 전문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팬데노믹스(전염경제학)’는 소비의 비정상·변칙 커브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연속적인 도약이 특징이다. 메르스 사태는 경제 주체들이 팬데노믹스에 대한 치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변하는 경제 환경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집단 패닉은 반드시 치유해야 할 사회 병리다. 심지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소비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염병이 생길 때마다 바이러스가 숙주 사이를 자유롭게 옮아다니는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공포의 전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나. 우리 사회의 신뢰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해 공포가 맥을 못 추게 해야 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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