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낙인 효과’ ‘가해자’ 될수 있다는 두려움
안전확보 안된 상황 과민반응
격리·검사 거부로 나타나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보건소는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병원 격리를 거부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 때문이다. 보건소는 이 지역에 사는 A(여·66) 씨에게 수차례 격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 경찰과 함께 강제로 병원으로 옮겼다. A 씨의 남편과 아들은 지난 1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또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근무를 한 부산의 한 회사직원인 143번째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관련 사실을 숨기면서 격리되기 전까지 수백 명을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격리 거부자들의 반응을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한 자기방어적 본능’이라고 평가하지만 16일 오전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가 154명, 격리자가 5586명인 상황에서는 자신보다 전체의 안전을 위해 △정부 관리 대책 강화 △의심자의 자발적 신고 △격리자 수칙 준수 등 시민 의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또 정부가 격리자가 입을 피해에 대해 각종 정책을 통해 충분히 보상해준다는 확신을 줘야 ‘낙인효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격리와 치료에 협조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윤경(심리학) 계명대 교수는 16일 “사회적으로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확진 환자나 격리자, 의심자에 대해 ‘낙인효과’가 발생했다”며 “자신이 메르스 환자일 경우 주변 지인과 다른 사람에게 다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가해자’가 된다는 두려움이 심리적으로 내재되면서, 격리나 감염 검사를 거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 오히려 자신이 증상을 숨기고 격리를 거부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또 격리가 될 경우 입게 될 경제적·사회적 피해에 대한 두려움은 정부가 정책을 통해 보완해주면서 낙인효과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문조(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타인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이에 따라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에게 과잉반응을 보이게 되고,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경증상자나 격리자를 시민들이 조심하는 것은 낙인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격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격리자 등에 대해 일반시민들이 과도하게 거리를 두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며 “현재 누구에게 감염돼 메르스에 걸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낙인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지향적인 행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격리거부자에 대한 강제격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보건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강제격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처벌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이다. 감염예방법에는 격리 권고를 거부할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격리 조치 거부냐, 기피냐에 대한 판단은 방역당국이 해야 한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시민의식을 발휘, 의심자의 자발적 신고를 통해 자가격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선종·김다영 기자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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