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갈등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 (3)일본 오오야마천 댐 갈등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자 ‘플래시 방류 사회실험’을 통해 갈등 극복 방안을 모색한 일본 규슈지역 오이타현 서부 오오야마천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자 ‘플래시 방류 사회실험’을 통해 갈등 극복 방안을 모색한 일본 규슈지역 오이타현 서부 오오야마천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일본 규슈(九州)지역 오이타(大分)현 서부에 자리잡고 있는 히타(日田)시에는 오오야마(大山)천이 흐르고 있다. 오오야마천의 풍광이 아름답고, 이 하천에 서식하는 은어가 향이 풍부해 오래전부터 관광지로 이름을 날렸다.

江유량 줄어 생태계 파괴 위기
초당 10t 목표 ‘淸流부활운동’
전력회사 손실 보상 문제 부상

정부·주민·발전社 협의체 구성
4차례 실험 끝 적정량 결론 얻어

“강물 轉用해 전력생산해선 안돼”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 발표로
생태계 고려한 發電 의식도 심어


◇댐 건설로 생태계 파괴 위기 맞은 오오야마천 = 이 하천에는 시모우케(下筌)댐, 마쓰바라(松源)댐, 오오야마댐 등 3개의 댐이 건설돼 있다. 이 중 마쓰바라댐은 지난 1973년 규슈전력이 전력 생산을 위해 만든 댐이다. 그런데 이 댐이 전력 발전을 위해 강의 물을 가져다 쓰면서 강의 유량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댐 건설 전에는 초당 20∼30t의 물이 흘렀는데, 댐 건설 이후에는 여름철에는 4.5t, 겨울철에는 1.8t가량으로 유량이 대폭 줄었다. 유량 감소에 따라 물은 탁해지고, 이 지역 은어 특유의 향이 사라져 지역 주민들을 울상짓게 했다. 이에 더불어 유량 감속으로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향 풍부한 은어’ 되찾기 위한 ‘청류부활운동’ = 1999년부터 하천을 되살리자는 청류(淸流)부활운동이 전개됐다. 이 운동은 초당 최소 10t의 물이 하천에 흐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전력회사로 가는 강물의 양을 줄이고, 자연 방류되는 강물 양을 늘리자는 것이다. 지역 자치회연합회, 상공회의소, 관광협회, 어업민협회 등 30여 개 단체와 비영리 단체로 구성된 통합단체가 청류부활운동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 운동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이 같은 시도로 인해 전력회사의 전력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전력회사는 이 손실을 그대로 안으면 일종의 배임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보상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를 보상할 돈도, 보상할 이유도 없었다. 정부 역시 전력회사에 아무런 근거 없이 무작정 세금을 투입할 수 없었다. 즉, 전력회사에 대한 보상을 누가 할 것인가가 갈등 해결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획기적인 ‘플래시 방류 사회실험’ 시작 = 협의체는 갈등이 지속되자 2011년 ‘플래시 방류 사회실험’을 계획했다. 플래시 방류란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교란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보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해당 하천에 어느 정도 양의 강물이 흘러야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이 실험은 2011년부터 다음 해까지 총 4차례 진행됐다. 이 과정에는 지역 주민들 다수가 참여해 하천의 변화 과정을 직접 살폈다. 실험 결과, 은어의 서식 환경 유지를 위해서는 매초 10t가량의 강물이 흘러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 같은 실험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본 국토교통성은 전력 발전용 강물 일부를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강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집수면적 100㎢당 약 0.1∼0.3㎥ 속도로 강물을 방류해야 한다. 이는 강물을 전용해서 전력생산에 쓸 수 없음을 처음으로 규정한 것으로, 수력발전을 함에 있어 하천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본 사회에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과거 전력회사는 댐을 건설할 당시 분담금을 지불하고 어업민에 대해 보상을 하면 해당 지역의 강물을 소유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이러한 비용 지불 이후에도 생태계를 고려한 전력발전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즉, 플래시 방류 사회실험으로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유량감소로 인한 환경파괴를 일종의 ‘시장 실패’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에 근거해 오오야마천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의지를 공공재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 지역 주민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전력회사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오오야마천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치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자발적 협의체 구축이 만들어낸 갈등 해결 사례 = 청류부활운동 전개 과정 속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력회사,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참여해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에 더해 협의체 구성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결이 원만히 되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로 플래시 방류라는 사회실험을 실시했다. 이 같은 해결책 도출이 가능했던 것은 애초에 누군가에 의해 강압적으로 협의체가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자발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갈등 주체가 스스로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사례를 분석한 김자경(제주대 연구원) 박사는 “환경갈등은 워낙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다”며 “오오야마천 갈등 해소 사례는 ‘공동자원론(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 복잡한 환경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기은·박효목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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