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비교해 보며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비교해 보며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유통기한 표시’ 제도의 경제학식품의 최종 ‘섭취 기한’ 아닌
판매 가능한 ‘법정 기한’ 의미

제조업체, 변질 우려에 짧게 설정
소비자는 기한 짧으면 구매 꺼려
기한 지나도 안전할 수 있지만
반품·폐기 처리되며 낭비 초래


“유통기한 표시로 한 해 버려지는 식품 규모 7000억 원 이상.”

지난해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했을 당시 담배업계에서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담배에 ‘유통기한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담배 사재기가 예상되자 담배에 유통기한을 표시해 기한이 지난 담배는 팔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유통기한표시제는 식품 등의 판매와 유통에 있어 매우 유용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일으키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유통기한표시제’와 ‘제조연월일’ ‘품질유지기한제’를 병행 사용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 시한을 의미하고, 품질유지기한은 적절히 보관할 경우 해당 식품의 고유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뜻한다.

소비자들은 흔히, 유통기한이 식품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기한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유통기한은 유통업자가 해당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그 식품이 부패되거나 변질됐다고 할 수 없지만, 법적으로는 판매할 수 없다.

반면, 품질유지기한이 표기된 제품은 기한이 지나도 판매는 할 수 있다. 유통기한표시제나 품질유지기한제 외에 ‘소비기한표시제’도 있는데,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통기한표시가 식품의 최종 섭취 기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보니 경제·사회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무조건 폐기하거나 반품 처리하는 데서 오는 경제적 낭비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최종 소비 시점인 소비기한으로 잘못 인식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이다. 유통기한을 부패·변질이 시작되는 기한으로 오해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소비자 스스로 소비기한을 추산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식품 제조업체는 식품 변질이 발생해 불량식품 제조업체라는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을 우려해 유통기한을 짧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기한이 짧아지면 그만큼 반품 처리되는 제품도 많아지고,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인 데도 폐기해야 하는 낭비요인이 발생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버려지는 식품이 한 해 70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식품인 데도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제조업체에 반품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먹거리를 50% 이상 싸게 판매하는 코너를 운영하는 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때문에 소비기한표시제의 도입과 함께 유통기한표시제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인식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2012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벌인 적이 있지만,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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