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징비록’ 광해 소재 닮은꼴

시청자 식상… 제작 기피 현상도


안방극장을 호령하던 사극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뻔한 인물을 내세워 차별화 없는 이야기만 반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재해석한 사극은 고정 시청층이 많아 현대극에 비해 시청률이 높은 편이다. 현대극에 비해 제작비가 높고 배우들의 연기 부담이 크지만 꾸준히 제작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방송되는 사극은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모양새다.

중반을 향해 가는 MBC 월화 사극 ‘화정’(왼쪽 사진)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10% 초반 시청률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상적인 리더상을 제시했던 ‘정도전’을 잇겠다던 KBS 1TV ‘징비록’(오른쪽) 역시 반응이 신통치 않다. SBS와 KBS가 각각 야심 차게 준비했던 ‘비밀의 문’과 ‘왕의 얼굴’ 역시 한 자릿수 시청률을 전전하다 조용히 막을 내렸다.

불패 신화를 써내려가던 사극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복제’다. ‘화정’을 비롯해 ‘왕의 얼굴’과 ‘징비록’에는 약속이나 한 듯 광해가 등장한다. 개혁 군주라 불려 재해석의 소지가 많지만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포함해 많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다뤄졌기 때문에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조와 세종 등도 사극에 등장하는 단골 위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극적인 사연을 가진 군주를 찾다 보니 광해, 정조 등이 자주 등장한다”며 “방송가와 외주 제작사가 안정만 추구하니 이들을 선호하는데 정작 시청자들은 식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극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사극 제작을 기피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의상과 세트 제작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현대극에 비해 많아 제작비 규모가 큰데, 주판알을 튕겼을 때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극은 자동차, 휴대전화, 카페 등 현대극에서는 필수적으로 챙길 수 있는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을 유치할 수도 없다. 이는 광고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중시하는 배우들이 사극 출연을 꺼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견 외주 제작사를 운영하는 제작자는 “사극은 현대극과 연기톤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들이 소화하기 어렵다. 그동안 사극의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사극을 선택하던 배우들이 시청률까지 저조하자 점차 사극 출연을 피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제작사 역시 위험부담이 큰 사극보다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PPL 유치가 용이한 현대극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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