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무성영화시대를 주름잡았던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이다. 인생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능과 드라마의 결합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KBS 2TV 금토 미니시리즈 ‘프로듀사’는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다른 방송사 예능국의 이면을 포착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서울 여의도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프로듀서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방송 프로듀서 직종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업무지원팀의 눈치를 보면서 복사용지를 챙겨야 하는가 하면, 업무 처리 비용을 결제받기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들은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의사, 검사, 변호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서 붙인 ‘프로듀사’의 궁색한 일상이다. 마냥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인도 알고 보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해 정상에 오른 아이돌 스타는 언제 후배들에게 밀려날지 몰라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백승찬(김수현)은 대학 시절 짝사랑한 선배를 따라 KBS 예능국 신입 PD로 입사한다. ‘여배우들의 1박 2일’을 연출한 라준모(차태현) PD 팀에 막내로 합류한 백승찬은 역사 공부를 하듯이 예능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직장 생활에 적응해간다. 짝사랑했던 선배가 라준모 PD와 사귀었다 헤어지는 것을 보면서 첫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난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구박하는 ‘뮤직뱅크’ PD 탁예진(공효진) 선배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그런가 하면 ‘제2의 신디’를 키워 자신을 밀어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소속사 대표와의 갈등 때문에 심신이 지치고 외로운 10년차 아이돌 스타 신디(아이유)는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알게 된 백승찬의 순수함에 위로를 받으면서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4명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방송사의 일상과 연예계의 이면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청한 적이 없으면서 ‘본의 아니게’ 예능국 PD가 된 백승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로맨스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드라마이자 그들의 인생이다. ‘하차 통보, 편집의 이해, 방송사고의 이해, 언론플레이의 이해, 러브라인의 이해, 결방의 이해, 예고의 이해’처럼 매 회의 소제목들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을 환기하는 동시에 인생의 돌발 변수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편집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웃음’이고 ‘시간’이며 ‘화장’이자 ‘포기’와 같은 편집의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싸움’으로서의 결방처럼 도전과 응전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강조된다.

인생은 누군가에게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잘 짜인 극본으로 연출된 드라마이기도 하다. 삶의 방식과 관점에 따라 인생이라는 장르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예능이나 드라마에도 지금 우리 인생의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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