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몇 번에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작고 약한 아이. 가냘프고 힘이 없어 280g의 라켓 하나 쥐기 힘들어했던 여린 소녀였던 김서현(19) 씨를 강인한 테니스 선수로 탄생시킨 스승이 있다. 30년 동안 강릉정보공업고등학교에서 테니스 코치로 활동해온 이승수(57) 코치가 그 주인공. 이 코치를 만나 혹독한 훈련을 거듭한 김 씨는 올해 명지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테니스에 대한 열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강릉정보공업고 테니스 코트에서 만난 이 코치는 “서현이는 또래보다 더 노력했기에 더 잘했다”며 오히려 제자를 칭찬하기 바빴다.
◇혹독했지만 따뜻했던 선생님=두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김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마저 떠나보내야 했다.
테니스를 가르쳐준 아버지를 생각하며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김 씨는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김 씨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랬던 김 씨가 고등학교 때 명지대 총장배 전국 남녀 주니어학생 테니스대회 우승을 비롯해 헤드컵 양구실내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혹독한 이 코치 덕분이었다. 25㎏짜리 타이어를 하루에 27번씩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게 하고, 기진맥진해 쓰러질 때까지 연습을 시켰다.
이 코치는 “테니스는 라켓을 쥐어야 하기 때문에 악력이 중요한데 서현이는 팔심을 비롯한 전반적인 체력이 많이 부족했다”며 “연습을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못하는 서현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체력 운동을 열심히 시켰다”고 했다.
이 코치는 기관지가 약한 김 씨를 위해 꿀·들깨·마늘 등을 넣고 달인 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서현이가 혹시라도 몸을 잘 챙기지 못할까봐 가끔 갖다 준 것뿐”이라며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슬럼프 때 더욱 드러난 사랑=운동선수에게 누구나 한 번쯤 찾아온다는 슬럼프. 김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온 슬럼프는 김 씨를 힘들게 했다.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날을 보내는 김 씨를 보며 이 코치는 안타까웠다. 그는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주 6일을 테니스만 했으니 고 1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라며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 코치는 김 씨를 돌보던 삼촌을 매일같이 만나 서현이를 설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슬럼프는 다그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서현이를 붙잡아주기 위해 서현이가 가진 고민과 어려움이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서현이뿐만 아니라 삼촌과도 상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 코치의 노력은 서현이에게 가슴 깊이 전달됐다. 이례적으로 10일 만에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코트에 선 것. 이 코치는 “서현이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대화를 많이 했고 결국은 서현이가 깨닫고 돌아왔다”며 “힘들어하는 서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승 후 선생님 품에 안기다=고등학교 3년 동안 테니스를 하며 김 씨가 꿈꾼 목표는 단 하나였다. 테니스 명문 명지대에 입학해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꿈이 그것이었다. 명지대 총장배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하면 입학 특권이 주어졌기에 김 씨에게 이 대회는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이 코치는 “서현이는 연습이 끝나면 더 이상 라켓을 쥘 수 없을 정도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며 “테니스에 대한 재능이 타고난 것이 아니었음에도 노력의 결과가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1월 열린 명지대 총장배 테니스대회에서 김 씨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쉬운 우승은 아니었다. “매 순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뛰어라”는 이 코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 씨가 울며 달려간 곳은 이 코치의 품이었다.
그는 “그때는 나 역시 울컥했다”며 “운동을 하며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도 항상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올해 명지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이 코치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꿈을 이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그동안의 나날이 스쳐 지나가며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현이는 아직도 내가 무서워 전화도 제대로 못 한다”며 “엄격하게 하기는 했지만 많이 예뻐하고 애정을 가졌던 제자였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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